•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조용한 외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임기 절반을 갓 넘긴 그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미국의 보수성향 유력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자 1면과 10면에 `유엔의 보이지 않는 사람(Invisible man)'이라는 제목의 반 총장 임기 절반에 대한 평가 기사를 통해 반 총장은 지금까지 `저자세.겸손(low profile)'으로 규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반 총장의 측근들은 그를 조용한 외교의 달인으로 묘사하면서 유엔 평화유지군을 수단에 배치시키고 기후 변화 문제를 세계 지도자들의 화두로 올린 점 등 막후에서 그의 역할이 컸다고 말하고 있지만, 유엔 관리들이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반 총장이 전임자들에 비해 강한 퍼스낼리티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한 유엔 관리는 "그가 무슨 일을 하든 주목을 끌어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역사학자이자 유엔과 관련해 광범위한 저서를 펴온 스티븐 쉴레진저 박사는 "비록 반 총장이 소통 능력이나 카리스마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가 유엔의 책임자로서 매우 좋은 것들을 달성할 수 있다면 괜찮다"면서 하지만 "문제는 어떤 인정도 얻지 못할 경우 그것은 오히려 유엔에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이 과거의 비효율성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반 총장의 의욕적인 미얀마 방문에 대해서도 WSJ는 반정부 지도자 아웅산 수치와의 만남이 무산됐고, 비록 군사정권이 일부 정치범들을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또한 과거의 예로 볼 때 이행되기 어려운 약속이 될 것이며 반 총장 스스로도 큰 확신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미얀마 방문전 쟝 모리스 리퍼 프랑스 대사는 "어떤 확실한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가지 말라. 당신에게 도움이 되기 보다는 당신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충고했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반 총장이 북한이나 수단, 짐바브웨 등 억압적 정권들의 인권침해 문제 등에 관해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또 지난달 WSJ과 NBC 공동 여론조사에서 81%의 미국인들이 그에 대해 어떤 의견도 없거나 들어본 적도 없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반 총장은 미국인들이 자신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희망하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앞서 미국의 격월간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는 지난 23일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제이콥 헤일브룬 에디터가 쓴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 반기문은 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인가'라는 글을 게재했다. 헤일브룬은 이 기사에서 반 사무총장에 대해 무능함이 두드러진다면서 그가 국제적인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와 관련,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세계 지도자들의 리더십 관련 기사에서 반 총장을 예로 들면서 유엔재단의 팀 워스 회장의 말을 인용, "유엔은 수직적 조직이 아닌 192개 회원국이 주주로 참여하는 수평적 조직이기 때문에 반 총장은 회원국이나 심지어 대사들에게도 무엇을 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면서 "그는 단지 조정하고 협상하고 합의를 이끌어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스 회장은 "반 총장은 자신의 주관적 감정을 억제하면서 이를 잘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 총장의 측근들도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조용한 외교를 펼치는 반 총장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일부 유엔내 개혁 비판론자들이 의도적으로 반 총장에 대한 역정보를 흘리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최근 반 총장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내에 개혁 저항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결과로 평가받겠다"는 반 총장의 다짐과 그의 의욕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실제 활동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 가고 있는 데 대해 반 총장 주변에서는 곤혹스런 눈치가 역력하다.

    한 측근은 "왜 이런 비판이 나오게 됐는지 반 총장님이 여러 생각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면서 "변명 보다는 환골탈태하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측근은 "반 총장의 활동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홍보 개선 방안이 현재 검토중에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