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통신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한 CEO들. 왼쪽부터 LG텔레콤 정일재 사장, SK브로드밴드 조신 사장, SK텔레콤 정만원 사장, KT 이석채 회장, LG데이콤 박종응 사장, LG파워콤 이정식 사장.   ⓒ 연합뉴스
    ▲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통신업계 CEO 간담회에 참석한 CEO들. 왼쪽부터 LG텔레콤 정일재 사장, SK브로드밴드 조신 사장, SK텔레콤 정만원 사장, KT 이석채 회장, LG데이콤 박종응 사장, LG파워콤 이정식 사장.   ⓒ 연합뉴스

    비정규직법 처리로 교착 상태를 이어가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미디어법 문제를 놓고 강대강 대립을 고수하며 본격적인 정면 대결을 벌일 태세다.

    정치권에선 한나라당 측의 직권상정을 막기위해 민주당이 본회의장 점거 등 실력 저지에 나설시 국회 안에서 또 다시 물리적 충돌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국회가 파행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작 등골이 휘고 입안이 바짝 타들어가는 쪽은 미디어법에 연관된 업계 당사자들이다.

    지난달 29일부터 임시국회가 시작됐으나 미디어법을 둘러싼 여야간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으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개회조차 하지 못하는 촌극을 빚고 있다. 이에 미디어법은 물론 이와 관련도 없는 민생법안까지 줄줄이 발목이 잡혀 이들 법안이 "미디어법에 인질로 잡혔다"는 우스갯 소리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하반기 전략회의에서 "관련 업계를 위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통신 관련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했으나, 여전히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측은 서로의 쟁점 사안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하며 이번 사태가 자칫 장기화될 가능성에 봉착한 상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MVNO 제도 연내 도입)

  • ▲ 지난 1일 열린 간담회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업계 CEO들.  ⓒ 연합뉴스
    ▲ 지난 1일 열린 간담회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업계 CEO들.  ⓒ 연합뉴스

    국회 파행 사태로 졸지에 '볼모'로 잡힌 민생법안 중 업계에서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 하는 법안으로 손꼽은 것은 바로 MVNO법안이다.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란 주파수와 무선망을 보유한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망을 임대해 또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이동망사업자'를 일컫는다.

    MVNO업계에 따르면 지난 1999년 영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MVNO는 전 세계적으로 약 200여개의 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2012년경에는 가입자수가 3억5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MVNO와 유사한 서비스가 시행중인데 이동통신 2,3위 업체인 KT나 LG텔레콤이 대기업이나 별정통신 사업자들과 제휴를 맺고 가입자를 대체 모집하는 무선재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무선 재판매 사업자는 기존 이동통신사의 가입자 유치를 보조해 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동통신사와 경쟁 구도를 갖는 독자적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일부 개정, MVNO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현 이동통신시장에 새로운 경쟁 요소를 가져와 '요금인하' 등 보다 다양한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방침을 세웠다.

    MVNO제도는 지난 2007년 3월에 발표돼 당해년 17대 국회에 상정됐었으나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됨에 따라, 올해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시 동일한 입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그러나 미디어법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덩달아 묶여 MVNO제도의 연내 도입은 사실상 물건너간 형국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 통과만을 기다리던 한국케이블텔레콤이나 온세텔레콤 같은 예비 MVNO 관계자들은 "올해 역시 MVNO제도 시행이 물거품으로 변할 공산이 커졌다"며 "정치적 사안도 아닌 민생법안을 마치 볼모처럼 잡아 미디어법과 일괄타결하려는 정치인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전파법 개정안(주파수 경매제 도입, 전파심의위 폐지)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전파법 개정안을 의결해 '주파수 경매제'를 도입키로 했었다. 주파수 경매제란 SK텔레콤이 보유한 800㎒ 주파수 일부 대역을 경쟁 사업자에게 경매로 재할당하는 제도다.

    이같은 방안은 상대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높은 주파수 대역을 다른 사업자에게 할당함으로써 경쟁을 유도함은 물론, 서비스의 질적 제고를 꾀하기 위해 고안됐다.

    '주파수 대역'을 경매를 통해 할당할 경우 주파수의 가치가 자연스레 시장에서 형성, 통신사간의 경쟁적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상황에 따라 기존 심사 방식과 경매제 중 융통성 있게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주파수 할당제도의 시행이 한층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경매제를 담은 전파법 개정안이 국회 파행으로 통과 여부가 불확실해 지자 심사를 통한 대가할당 방식으로 8월경 주파수 할당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주파수 대역은 800MHz와 900MHz에서 각각 20MHz 씩 총 40MHz를 회수, 재배치한다는 계획.

  •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한편 국회 계류로 주파수 경매제의 시행 자체가 어려움을 겪게 됨에 따라 후발주자인 LG텔레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LG텔레콤은 지난 2006년 상용서비스 문제로 IMT2000(3G) 사업권을 반납한 적이 있다. 그런데 방통위가 올해 재분배할 황금주파수(800MHz, 900MHz)의 용도를 3G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LG텔레콤이 시장에 재진입하기 위해선 주파수 할당 심사와 함께, 3G사업권 허가를 위한 사업계획서 심사를 별도로 받아야 한다.

    LG텔레콤은 황금주파수를 향후 4G 용으로 사용할 계획인데 이와 관련된 투자계획을 사업계획서에 집어 넣을 경우 자칫 사업 방향이 틀어질 시 고스란히 규제에 저촉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따라서 LG텔레콤 측은 주파수 할당 심사와 사업계획서 심사를 모두 받아야하는 처지를 감안해 일부 절차를 간소화해달라는 입장.

    ◆멀티미디어 통신법(일명 IPTV법, 종합편성·보도 PP에 대해 대기업·신문의 소유 49%까지 진출 허용)

    IPTV법은 인터넷망을 이용해 재벌이나 신문기업에게 종합편성채널이나 보도 전문 채널사용사업자(PP·Program provider)을 허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법이다.

    방송법과 아울러 이른바 '미디어법'의 핵심이며 한나라당, 민주당 양당 간 논란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개정안이다. 사실상 민생법안으로 분류키는 어려우나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방송의 세계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은 분명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26일 MBN '박경철의 공감 80분'에 출연해 미디어법 통과가 5달 늦어지면 국민생활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미디어법 자체가 일반 국민들에게 금방 와 닿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은 아니다"면서 "민생이 아닌 '여론 다양성'에 그 핵심 목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나 의원은 "케이블 TV를 봐도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재방송만 보게 된다"고 지적하며 "다양한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종전의 독과점적인 폐해를 치료해야한다는 측면에서 지상파 3사의 독과점 구조를 깨는 것이야말로 이번 미디어법의 개정 취지"라고 설명했다.

  • ▲ KT 이석채 회장.  ⓒ 연합뉴스
    ▲ KT 이석채 회장.  ⓒ 연합뉴스

    실제로 IPTV법을 포함한 미디어 관련 법안은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신문·방송간 장벽을 없애 탁월한 경쟁력을 갖춘 미디어산업을 육성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더욱이 PD수첩의 '광우병 파동' 방송 같은 편파·왜곡 보도를 일삼는 공영방송의 '독과점 구조'를 철폐해 실질적으로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IPTV법 개정안은 기존 공영방송 외 기업에게 종합편성 전문채널(PP)을 허가해 줌으로써 방송의 콘텐츠 다양화 및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자 만들어진 법안이다.

    하지만 종합편성 전문채널을 운영하기 위해선 연간 3000억원 정도가 소요되며 초기 3년간은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넉넉한 자금력을 갖추고 이미 IPTV 통신망을 보유하고 있는 KT나 SK텔레콤이 IPTV법 개정안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양사는 연예, 드라마, 스포츠 등 전 분야의 뉴스 등을 하나의 채널로 방송할 수 있는 종합편성 전문채널의 가능성을 보고 구체적인 착수 움직임에 들어간 상황이다.

    KT나 SK텔레콤 등 대기업들은 IPTV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지상파 텔레비전과 비슷한 종합편성 전문채널을 만들 수 있게 됨은 물론 메가TV, 브로드앤TV 등을 통해 자사 채널로 방송 콘텐츠를 직접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몇 년째 매출이 정체 현상을 보이며 영업이익이 감소 추세로 돌아선 통신업계는 IPTV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보고 IPTV '종합편성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KT는 싸이더스FNH와 올리브나인을 인수하고 SK텔레콤은 iHQ와 YTN미디어 등을 인수, 콘텐츠 생산을 위한 발판 마련에 한참이다.

    ◆신문·방송법(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지분소유 제한 완화) 개정안

  • ▲ KT 이석채 회장.  ⓒ 연합뉴스

    이 개정안은 방송사 지분제한 규정을 변경해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운영 참여를 전면 허용하는 것이다. 방송법 시행령에 뒀던 지상파방송 소유권한 제한인 자산규모 10조원 미만 규정까지 철폐해 재벌들의 지상파 방송소유가 한층 수월해 졌다는 평가다.

    다만 신문·대기업의 지상파 방송지분 보유 한도에 대해선 20%로 한정했고, 신문·대기업의 방송 겸영은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2012년까지 잠정 유예토록 했다.

    이에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신문의 방송 진출 가능성을 염두한 듯 올해초부터 방송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초석 다지기에 나선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디지틀조선일보가 운영하는 케이블TV 비즈니스앤을 통해 VJ와 경력PD를 모집하는 등 전문 인력 확중에 나서는 한편 지난 3월에는 엔에프컨소시엄을 공식 출범시켜 지상파 진출을 위한 제반 환경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본금 577억원으로 이뤄진 엔에프컨소시엄은 DMC단지 E2-3필지의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로, 조선일보와 한국경제TV, 한국경제신문, 메가스터디, 디지털조선, 미래에셋생명의 6개사가 주주로 있다.

    이밖에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도 지상파 방송진출을 위한 테스크포스 팀을 꾸리는 등 내부적으로 방송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사업성 검토에 들어간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몇년 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이들 3사가 연간 1000억원대의 유지비가 소요되는 방송사업에 단독으로 뛰어들기엔 현실적으로 무리수가 따르기 때문에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과 손을 잡고 '파트너십'을 형성, 지상파에 진출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통신업계 CEO 간담회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통신업계 CEO 간담회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