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 류근일 한양대 대우교수 ⓒ 뉴데일리

    국정원 관계자는 이번 DDOS 공격의 배후를 북한이라고 '추정' 했다. '추정'이라는 말이 과연 어느 정도를 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얼마 전 북한의 조평통이 이 점을 '추정'하게 만드는 대남 비방 성명을 발표했다는 정도만 지금으로선 나와 있을 뿐이다. 따라서 단정은 아직 이를 것 같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이버 공격이 청와대를 비롯한 안보관계 정부 기관들과 함께 조선일보를 겨냥 했다는 점이 북한 커넥션 說을 간단히 무시하지는 못 하게 만든다. 남북에 걸친 '김정일 신드롬'이 지목하는 단골 타깃이 바로 조선일보이기 때문이다.

    국정원 관계자의 '추정'과, 조선일보에 대한 표적 공격이 암시하는 바를 무조건 무시하지 않기로 한다면, 대한민국 신경 중추에 대한 김정일의 공격 태세는 우리가 상상하는 정도를 훨씬 뛰어 넘는 것이라고 '추정' 해도 무리가 아닐 성 싶다. 핵, 미사일, 장사포,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의 위협도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우리의 국가, 공공, 민간 기능 전체를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로 만들 수 있는 고도의 사이버 전쟁 능력과 실전의지를 과시했다. 그들의 사이버 공격은 우리의 신경망 즉 정보,통신, 컴퓨터 기능을 완전히 올 스톱 시키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잠정적안  결론을 무엇이라 해야 할 것인가? 남쪽이 '햇볕' 환각제에 흠뻑 빠져 있는 사이 김정일은 착실히 전쟁을 준비했다 는 것을 의미한다. 김정일은 '햇볕'을 통해 남북 좌파 통일전선을 구축했고, 우리의 전쟁 억지력을 무장해제 시켜 갔다. 그리고 다른 한 편으로는 대남 무력능력을 대폭 강화 시켰다. 마침내는 대규모 未來戰 -즉 컴퓨터 전쟁까지-.국정원의 '추정'대로라면 말이다.

    국정원의 '추정'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그것은 한 마디로 우리의 자업자득이다. 김정일 내통자들은 자기들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그  나름의 자업자득을 한 셈이고, 대한민국 진영은 10년 동안 '햇볕'파에 두 번 씩이나 나가 떨어졌으니, 그 또한 남의 탓만은 아니다. 패장에게는 할 말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정권을 되찾기는 했지만, 그 집권 세력이라는 게 도무지 줏대도 매가리도 없이 왔다 갔다 했으니, 이게 결론적으로는 자업자득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김정일은 전쟁 능력, 공격 능력만이 한 국가의 생존조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믿었다. 틀리지 않는 믿음이었다. 반면에 우리 정치 지도층의 경우엔, 좌파는 의도적으로, 우파는 바보처럼 김정일의 기만적 '평화 공세'에 고스란히 넘어 갔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전쟁공포증과 태평 무드에 대책 없이 빠져 들었다.

    삶은 그것을 死卽生의 결의로 지키려고 하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과실이다. 삶의 축복은 공짜를 바라거나, 혼신의 투쟁을 기피하는 국가나 국민에게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것은 지극히 공평하고 당연한 우주의 법칙이다. 文弱에 빠져 尙武를 우습게 알고 '주둥이 당쟁'이나 일삼는 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는 '시들시들' 밖엔 없다.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고참 세대는 이제 살 만큼 살았다. 김정일한테 정작 빼앗길 것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긴 미래를 가진 오늘의 20대, 30대, 40대이지 60대 70대가 아니다. 그러니 그들이 알아서들 해야 할 것이다.

    김정일을 그저 껴안아야 할 동족, 反외세 민족자주파, 진보주의자 쯤으로 아는 모양인데, 그래서 그것이 그렇지 않다고 하는 선배 세대를 '수구꼴통' 쯤으로 아는 모양인데, 어디 한 번 그들이 나라는 고사하고 자기 자신인들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구경 좀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