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한국 시간으로 6일 새벽 2시30분쯤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위스의 로저 페더러가 3-2로 미국의 엔디 로딕 선수를 꺾었다. 5세트는 연장전으로 들어가 16-14로 페더러가 이기는 덕분에 여섯 번째로 윔블던 챔피언이 되었다. 이로써 페더러는 메이저 15승을 올려 미국 피트 샘퍼러스의 14승 기록을 깨고 ‘역대 최고 선수’로 登極하였다. 
     
    나는 네 시간이 넘게 전개된 이 시합을 텔레비전으로 구경하면서 ‘역사적 시합’의 목격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작년 윔블던 결승에서 페더러는 2-3으로 스페인의 나달 선수에게 졌다. 이 시합을 ‘역대 최고’라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 오늘 시합이 더 재미있었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세계 랭킹 1위인 나달 선수는 지난 프렌치 오픈과 이번 윔블던 시합에는 부상으로 缺場하였다. 
     
    엔디 로딕은 페더러와 스무 번 붙어 두 번밖에 이기지 못하였다. 그래서 결승전에서 페더러가 쉽게 이길 것이라고 내다보았으나 경기는 끝까지 로딕의 우세 속에서 진행되었다. 로딕의 결정적 실수는 두 번째 세트 타이브레이크 게임에서 6-2로 이기다가 6-7로 역전패당한 것이었다. 로딕은 세 번째 세트에서도 타이브레이크에서 졌고, 네 번째 세트에선 6-3 게임으로 페더러를 가볍게 물리쳤다. 
     
    페더러는 한번도 로딕의 서브 게임에서 이기지 못하다가 마지막 세트 30게임째 듀스까지 가 로딕의 실수로 이겼다. 5세트의 30게임은 윔블던뿐 아니라 메이저 결승전의 신기록이다. 
     
    수상식에서 로딕은 페더러를 가리켜 “그가 진짜 챔피언이다. 그는 우승할 만하다”고 하였다. 페더러는 “내가 運이 좋아서 이겼다.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고 했다. 자신의 기록이 깨어지는 것을 지켜보던 샘프라스는 기자가 “누가 역대 최고 선수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서슴없이 “전에도 말했지만 페더러이다”고 했다. 샘프러스는 “페더러의 강점은 겸손하고, 어려운 플레이도 매우 쉽게 보일 만큼 자연스럽게 한다는 점이다. 그는 전설적 존재이다”고 했다. 
     
    페더러는 관중석의 샘프러스를 향하여 "여기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설적 선수 앞에서 플레이하게 되어서 영광이다"라고 인사하였다. 로딕은 "피트, 내가 그를 저지하려고 했는데 실패하였어요"라고 말하여 관중들을 웃겼다. 
     
    페더러는 우승 순간 눈물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로딕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으나 페더러가 센트 코트를 돌면서 관중들에게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입을 맞추면서 인사를 할 때 앉아서 조용히 박수를 쳤다.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페더러는 “믿을 수 없는 시합”이란 표현을 여러 번 하였다. 
     
    텔레비전 중계 카메라는 승부가 날 때마다 두 선수의 부인과 연인들 얼굴을 대비시키곤 하였다. 페더러의 부인은 임신중인데, 始終(시종) 긴장된 표정이었다. 
     
    페더러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프렌치 오픈 결승전 중계를 본 많은 동료 선수들이 그를 응원하였다고 한다. 겸손, 친절, 자연스러움 같은 낱말들이 그를 묘사할 때 자주 동원된다. 이런 시합을 구경한다는 것은 대단한 행복이다. 페더러와 같은 위대한 선수는 모차르트와 같은 예술의 천재들처럼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인종, 종교, 이념의 벽을 넘어서. 페더러, 우즈와 같은 위대한 선수들과 同시대를 산다는 것은 얼마나 큰 幸運(행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