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대학시절 2학년 때부터 4학년 졸업 때까지, 이른바 신좌파 계열의 운동권들과 사투를 벌여왔다. 형식적으로는 학내를 장악한 신좌파 계열 학생회에서 신입생들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갈 기회를 박탈시켜버리는 문제가 있었지만 핵심은 다른 사안이었다.

    서울대 내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자본가 부르주아 계급의 귀족 학생들이, 자본가 부모님의 돈으로 호의호식하면서 민중과 서민을 위해 투쟁한다는 그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울대 정도의 등록금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스스로 벌어서 해결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서울대 안의 강남좌파들의 폐단

    이른바 최근 강준만 교수 등이 문제 제기하는 강남좌파 논란이었다. 강 교수가 강남좌파의 다양한 장단점을 짚었지만, 강남좌파의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 운동권 사회를 경험한 내 입장에서는 단 한 가지의 장점도 인정할 수 없다. 또한 그 폐단 역시 강 교수가 인지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서울대 안에서 가끔가다 지방 출신으로 중간층보다 현저히 낮은 계층의 학생이 입학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대학시절 갖고 있었던 문제의식은 서울대라고 다 같은 서울대가 아니고, 계급, 특히 강남 출신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문화적 행태를 보이며, 이런 신분이 미래를 이미 상당 부분 결정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부모님 돈으로 호의호식하면서 학생운동 했던 친구들, 유학을 가든지 대기업에 입사하든지 하여간 다들 자기 길 찾아서 잘 갔다. 왜냐하면 이들은 태생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운동가의 삶을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 3학년 때까지 운동을 취미와 레저생활로 즐기다 휴학 1년 정도 하고 4학년 때 알아서 본래 자기 신분에 맞는 길을 찾아가는 거다. 문제는 이들의 취미생활에 현혹되어, 1학년 때부터 착실히 자기 길을 찾지 않으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낮은 계층의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내 기억으로는 참으로 여러 학생들을 붙잡고, “지금은 모두 평등한 학생운동가처럼 보일 테고, 그렇게 위장하지만 졸업하고 봐라. 너랑은 전혀 다른 신분의 사람들이다”. “저들과 취미생활 즐기지 말고 자기 개발을 철저히 하라” 이런 설득을 해왔다. 물론 전혀 설득이 되지 않는다. 서울대 내부가 이런 정도인데, 서울대와 타 대학과의 격차까지 고려하면, 운동권 내부에서의 계급 격차라는 것은 사회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기억해보면, 내가 싸웠던 운동권들은 엄밀히 말하면 좌파들이 아니었다. 사회부터 모든 특혜를 다 누리면서, 입으로만 좌파적 가치를 잠시 떠들고, 본래의 기득권을 찾아가는 철새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사이비 좌파들은 신좌파 계열에 가장 많았다. 왜냐하면 신좌파는 프랑스와 미국 등 서구의 6.8 혁명 당시 유행했던 사조로서, 규제 철폐와 문화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노동해방 현장 투쟁을 강조하는 전통적 좌파와, 친북 민족주의의 민족해방 계열과 달리, 상류층의 자녀들이 취미생활로 좌파하기는 딱 좋은 운동권 노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정통적 좌파라든지 민족해방파는 단 한 번도 충돌해본 기억이 없다. 오직 나의 비판 대상은 신좌파였다.

    내가 신좌파 운동권들에게 주문한 것도 “서울대 기득권 누리고, 돈 많은 집안에서 태어난 것 고맙게 여기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돈 펑펑 쓰면서 잘 놀고 잘 살아라”, “다만 어차피 실천할 의지도 없으면서 체게바라 티셔츠 입고 다니고, 서구의 운동가요 같은 것 부르면서 2년짜리 시한부 운동가 행세하면서 가난한 집 학생들 선동 좀 하지마라” 딱 이 수준이었다.

    한겨레의 경영 위기는 노무현 정권의 신문죽이기 정책 탓이다

    나는 최근 이 대학시절의 기억이 다시 재생되고 있다. 가난한 신문사 한겨레신문이 연일 부자 MBC 기득권 세력을 위해 몸을 던지는 수준의 보도 때문이다. 한겨레의 젊은 기자들 하나하나 붙잡고 물어보고 싶다.

    첫째,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 탄생하는 데 한겨레신문사가 기여했다. 그래서 한겨레신문사가 경영적으로 얻은 것이라도 있는가.

    지금 한겨레신문사는 경영적으로 위기이다. 이 위기는 노무현 정권 당시 가속화되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에서 신문시장 전체를 죽이기 위해 방송과 포털의 권력만 극대화시켰고 신문시장 전체를 위축시켰다. 노무현 정권의 입장에서는 조선, 동아, 중앙을 죽이기 위해서 한겨레나 경향신문이 함께 죽어도 상관없다는 발상이었다. 그리고 현실은 조선, 중앙, 동아는 버티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먼저 죽게 생겼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노무현 정권 당시 나는 아예 안티조선을 포함한 언론개혁진영과 선을 끊어버린 것이다.

    둘째, MBC가 한겨레 경영에 도움을 준 적 있는가. 신문시장을 죽인 주범은 노무현 정권이 키워놓은 포털이다. 이 포털과 MBC는 유착되어있다. MBC는 정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있다. MBC 기득권세력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

    반면 한겨레는 이미 두 번의 정권을 만들어봤지만, 민간 신문사이기 때문에 경영에 해가 되면 해가 되었지 도움이 되는 게 없다는 걸 잘 안다. 한겨레 지면을 이용해 정치세력에 눈도장을 찍은 한겨레의 몇몇 어용 기자들만 출세가도를 달렸을 뿐, 한겨레라는 회사 자체는 얻은 게 없다.

    왜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른데 왜 가난한 신문사 한겨레가 부자 MBC를 위해 충성하느냐는 말이다. 설사 이명박 정권이 무너지고, 다시 한번 친노 정권이 들어선다 치자. 한겨레신문은 더 빨리 망한다. 왜? 역시 이 정권은 포털과 방송에 기득권을 주면서 신문시장을 붕괴시키려는 정책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MBC 기자들에 비해 한겨레 기자들이 능력이 떨어질 게 있다고 보는가? 그런데 대체 왜 MBC 기자들이 한겨레 기자들 연봉보다 4-5배 높은가? 바로 이게 방송이 기득권의 벽을 쳐놓았기 때문이다. 방송사 4-5개 더 만들어지면 기초 훈련도 안 되어있는 MBC 기자들이 지금처럼 놀고 먹으며 고액 연봉 받지 못한다.

    그럼 조선, 동아, 중앙의 기자들은 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조선, 동아, 중앙은 지금 현재로서는 그 어떤 법적 특혜를 받고 있지 않다. 이들도 한겨레신문사와 똑같은 민영 신문사로서 시장의 자생적 변화에 따라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해서 조선, 동아, 중앙의 기자들 대부분 잘 인식하고 있다. 반면 MBC의 경우 방송구조가 이대로만 가주면, 조작을 하든 왜곡을 하든, 시청률이 바닥을 치든 평생 귀족처럼 사는 거다.

    부자 MBC 위해 가난한 우파 매체 공격하는 가난한 한겨레

    한겨레신문의 기자들은 MBC 귀족들과 손을 잡으면 안 된다. 당하는 쪽은 늘 없는 쪽이다. 오히려 한겨레 기자들은 한겨레보다 더 가난한 우파 인터넷신문 기자들, 좀 더 폭을 넓히면 특혜가 법적으로 보장된 방송귀족과 달리 하루하루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해야 하는 같은 민영신문사인 조선, 동앙, 중앙 기자들이다.

    그런데 한겨레가 최근 어떤 보도를 했는가? 이명박 정권 들어서도 정부 광고 최다 수혜자인 MBC에 일회성 광고 하나 안 주었다고 대리 비판에 나서고, 정말로 갖은 노력을 다해서 광고 하나 수주한 가난한 우파 인터넷 신문사들에 대해 뒤에서 칼을 꽂았다. 지금 한겨레에서 시비를 건 인터넷 우파 신문사들 아무리 노력해도 1년에 1억의 정부 광고 유치할 수도 없다.

    더구나 한겨레가 클릭수 기준을 내세웠는데, 이미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제도 이후 인터넷신문을 평가할 때 클릭수는 의미가 사라졌다. 네이버에 잘 보여서 진입하면 조회수가 10배 이상 늘고, 아무리 노력해도 네이버와 제휴 맺지 못하면 클릭수를 올릴 방법이 없는데, 어떻게 진보 가치를 이야기하는 한겨레가 이런 수준의 보도를 하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한겨레는, 조선, 동아, 중앙과 발행부수 비교했을 때, 아예 광고 수주하면 안 되는 매체이다.

    MBC는 한겨레의 진보적 저널리즘을 탈법적으로 훔쳐갔다

    나는 2003년에 한겨레의 여론매체부 위원으로 함께 일할 때도 한겨레의 경영 문제를 많이 거론해왔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한겨레가 경영적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제안들을 할 테니, 최소한 386 이하 젊은 기자들이라도 내 뜻을 제대로 이해하여, 정치투쟁에 골몰하는 선배들을 설득하라.

    첫째, 노무현 정권이 신문을 죽이기 위해 짜놓은 포털의 권력화 문제, 그리고 지하철 무료신문의 무분별한 배포에 대해, 조선, 중앙, 동아와 손잡고 해결하라. 이것 해결 안 하면 이미 탄탄한 배포망을 갖춘, 조선, 중앙, 동아와 달리 한겨레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한겨레는 MBC보다 더 부자인 포털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비호 기사를 쏟아낸 것은 물론, 아예 네이버의 홍은택 부사장에게 고정칼럼까지 준 신문사이니, 대체 이들이 신문시장을 살릴 의지나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둘째, MBC는 법적으로 특혜가 보장된 기득권 방송사이므로 한겨레식의 진보 저널리즘을 추구할 자격이 없다. MBC가 진보적 보도를 하는 순간 방송법 상의 공정성의 의무를 위반하게 된다. 지금의 MBC식의 보도는 한겨레신문이 해야한다. MBC가 법을 어기고 한겨레의 밥그릇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가 편파 보도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민영 신문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파보도에 대해서 한겨레는 시장에서 책임을 지게 된다. MBC는 그런 것 없기 때문에 공정한 보도에 집중해야 한다. 하여간 지금처럼 MBC가 탈법적 진보 보도를 지속하는 한, 한겨레가 시장에서 설 자리는 역시 없다. MBC의 편파, 왜곡, 조작보도를 라이벌 매체 입장에서 비판하라는 것이다.

    셋째, 정권 재창출이라는 정략적 목적으로 민주당 계파지 수준의 보도를 당장 때려쳐라. 최근 한겨레신문 보도를 보면 이건 일반 독자들이 사 봐야될 아무런 동기부여가 될 수 없는 수준이다. 어차피 민영신문사이면 이명박 정부든 노무현 정부든 한겨레만의 시장을 개척해야지, 정치 기관지로서는 시장에서 답이 안 나온다. 다시 강조하지만 한겨레와 생각이 100% 같은 정권이 들어서도,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의 상황으로 보면, 오히려 한겨레의 경영만 더 악화될 게 확실하다.

    넷째, 대기업만 두들겨 패지 말고, 비전있는 청년 기업들을 발굴 및 육성하여 미래의 광고주와 독자 시장을 개척하라. 매출 1000억대 기업 100개만 한겨레가 키워도 한겨레신문 하나 운영하는 데 아무 문제없다.

    다섯째, 한겨레만의 특화된 콘텐츠를 분석하여, 종합편성PP 혹은 프로덕션 형태로 방송사업에 진출하라. 어차피 MBC 같은 기형적인 공룡조직의 방송사에는 비전도 미래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지만 효율적인 다매체 방송의 시대가 온다. 조선, 중앙, 동아가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독자적으로 방송사업에 진출할 정도는 안 된다. 한겨레도 중소기업 10여개 묶어서 콘소시엄 구성하면 종합편성 PP사업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여섯째, 한겨레의 동료는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되었는 방송귀족들이 아니라, 하루하루 치열하게 시장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조선, 동아, 중앙을 포함한 신문사와, 한겨레보다 더 가난한 인터넷 우파 신문사들이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겠는가.

    나는 대학시절 좌파운동을 취미생활로 즐기는 부자들에 농락당하는 가난한 운동권 학생들을 설득하는 자세로 진정어린 글을 썼다. 내가 제안한 다섯 가지 중 최소 2가지 이상을 실천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신문사 접고, 다들 민주당이나 민노당이나 포털로 들어가서 그토록 하고 싶은 정치투쟁을 시작하는 게, 한겨레나, 대한민국 언론이나 정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