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경제부와 미국 에너지부는 16일(미국 현지시간) 에너지 분야 협력에 관한 의향서(SOI)에 서명했다. 이윤호 장관과 스티븐 추 장관은 미 에너지부에서 만나 스마트 그리드(Smart Greed, 지능형 전력망) 분야를 포함해 신재생 에너지 등 에너지 분야 협력을 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정부 관계자는 "원천기술개발 능력이 뛰어난 미국과 사업화 능력에 강점이 있는 한국이 본격적인 파트너십을 구축,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SOI 체결로 우리로서는 세계 최대 스마트 그리드 시장인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15일 양국의 스마트 그리드 협회는 첫 투자포럼을 개최하고 협회간 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장인 LS산전 구자균 사장과 미국 그리드와이즈협회(GreedWise Alliance)장 IBM 글로벌에너지부문 구이도 바텔 사장이 서명한 MOU는 양 협회간 긴밀한 정보공유, 공동포럼 정례개최 등을 내용으로 담았다. 이는 양국 협회가 국외 파트너와 체결한 최초의 협약으로 양측 모두 업무의 글로벌화와 회원사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이날 포럼에는 양국에서 30여개 기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 ▲ 스마트 그리드 도시 조감도. ⓒ 뉴데일리<=지식경제부 제공> 
    ▲ 스마트 그리드 도시 조감도. ⓒ 뉴데일리<=지식경제부 제공> 

    이처럼 스마트 그리드 분야 세계 선두주자인 미국이 우리 정부, 기업과의 협력에 선뜻 나서는 이유는 뭘까.

    한미 양측은 '미국의 기술력과 한국의 사업력의 결합'에 입모아 기대를 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휴대폰 접속방식으로 잘알려진 과거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코드 분할 다중 접속) 기술에 비유해 설명했다. CDMA는 미국 퀄컴사가 개발한 디지털 이동통신 방식으로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수용용량이 10배가 넘고 통화품질도 우수한 기술이다. 원천기술은 미국이 가졌지만 한국은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에 들어갈 정도로 사업화에 먼저 성공했다. 스마트 그리드 분야도 유사한 기대효과가 있어 양국간 협력이 세계 무대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 대한 신뢰도 작용했다.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스마트 그리드 구축 계획을 발표하고 발빠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8월 중 스마트 그리드 중장기 로드맵 초안을 보고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11월 최종 로드맵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기획재정부와 미국 에너지부가 맺은 에너지분야 협력에 관한 의향서(SOI)는 기업간 협력에 대한 양국 정부의 후방 지원 의미가 강하다.

    정부는 지난 5일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로 제주도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지역 검토에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우리에 비해 민간주도 성격이 강해 제주도 처럼 통합적인 실증단지를 통해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결과를 검증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며 "이 점에서 미국 기업들이 큰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을 테스트 베드(Test-Bed)로 삼아 양국 기업이 공동 투자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세계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한미 포럼에서도 제주도를 미국의 원천개발기술과 한국의 사업화 능력이 만나는 접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논의됐다고 한다.

    제주 실증단지에 미국의 선도기술이 투입된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유리하다. 스마트 계량기(ASM)와 같이 우리가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분야도 있지만 원천기술에서 세계적 수준을 갖춘 미국이 제주의 실제 시스템에 적용하고 투자와 연구가 병행된다면 자연스럽게 기술 이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 실증단지의 모델은 그 자체로도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한국 시장이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층이 두터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특히 한미 양국 기업간, 정부간 협력양해각서 체결을 평가하며 "세계 시장의 각축장인 미국 시장 진출 자체만으로도 대외 신뢰도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향후 전세계적으로 스마트 그리드 수요가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