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신문이 최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가 의도적으로 왜곡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책임'과 관련 통상적인 여론조사와 달리 8개 문항을 주고 "이 사건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이 있냐'를 물으면서 1순위부터 3순위까지 복수로 응답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1순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이 27.9%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검찰(22.7%)과 언론(15.5%)이 따른 것으로 나타났지만 2순위와 3순위 답변을 가중치 없이 단순 합산한 데이타를 근거로 검찰(56.3%), 언론(49.1%), 노 전 대통령(36.7%)이라는 뒤바뀐 결과만 크게 부각하여 보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 원인이 '자살'로 판명된 상황에서 첫번째 질문에서 '노 전 대통령'이라고 답변한 응답자에게 억지로 노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외부요인(검찰, 언론,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 등)과 관련된 답변을 사실상 유도했고, 그러다보니 외부요인에 대한 답변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9일 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노 전 대통령 사망의 경우처럼 '자살'이냐 '정치적 타살'이냐가 초미하게 대립되는 상황에서 복수응답을 단순합산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전제, "단순하게 질문할수록 응답의 신뢰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소한 응답자 중 상대적 다수가 노 전 대통령 사망에 대해 '정치적 타살'보다는 '자살' 쪽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측 조사방식에 대해 의견을 묻자 해당 전문가는 "최소한 '죽음의 책임이 노 전 대통령 자신에게 있느냐 아니면 외부에 있느냐'를 먼저 묻고 그 다음에 검찰, 언론, 이명박 대통령, 한나라당 등 외부적 요인을 따로 묶어서 질문하는 방식이 자연스럽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질문을 한 결과를 토대로 한겨레는 “이 사건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이 큰지에 대해 1순위와, 2, 3순위를 복수로 응답하게 한 결과 56.3%는 검찰, 49.1%는 언론을 꼽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1~3순위를 합산한 통계표상 무응답까지 포함한 응답비율을 모두 합치면 234.9%가 전체 합산 비율임에도 불구하고 한겨레는 백분율을 그대로 적용, 마치 국민의 56.3%가 검찰의 책임, 49.1%가 언론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사실상 왜곡했다. 전체 합산비율 234.9%를 100%로 놓고 각 선택지 비율을 재환산할 경우 검찰 책임으로 응답한 비율은 56.3%가 아니라 23.9%로 크게 떨어진다. 결국 여론조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노 대통령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결과를 감추고, 24%대에 불과했던 검찰 책임을 56.3%로 부풀린 셈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8개 선택지 중 선택지로서 큰 의미가 없는 민주당과 야권, 우리나라 국민들, 기타 등을 추가 응답자들이 3개 항목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언론,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등이 총망라되는 상황에서 왜 보다 직접적 관련성이 높은 박연차 회장, 노건평씨, 권양숙 여사, 정상문 전 비서관 등을 제외했는지도 석연치 않다. 실제로 질문지에는 뚜렷한 기준 없이 1번 '노 전 대통령' 다음으로 검찰과 언론을 2, 3번 항목에 각각 배치해놓았다.

    그런 가운데 한겨레신문은 5면 기사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과 관련한 응답 1순위에서 단순 수치로는 ‘노 전 대통령 자신(27.9%)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고 언급을 하면서도 바로 “그러나 검찰(22.7%), 이명박 대통령(14.2%), 한나라당(10.5) 등을 합할 경우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7.4%에 이르렀다”며 논점을 바꿔버렸다. 8개 항목을 자의적으로 배치한 점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다.

    또다른 여론조사 전문가는 “만약 이렇게 단순 합산을 하겠다면, 질문항목에 권양숙 여사, 정상문 전 비서관, 박연차 회장 등도 넣었어야 했고, 그럼 결과가 판이하게 달랐을 것”이라며 한겨레측 의도를 지적했다.

    또한 한겨레는 질문지 전체 항목에 ‘노대통령의 서거’라는 표현을 쓰면서, 이에 대한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를 주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보복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귀하께선 이 의견에 공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매우 그렇다’ 21.0%, ‘그런 편이다’ 38.3%의 응답비율이 나오기도 했다. '서거'와 '정치보복'이라는 다분히 주관적인 용어를 의도적으로 선택함으로써 응답자에게 무의식적 편견을 유도하려 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는 총 16개의 질문 중 무려 6개를 노 전 대통령 관련 질문에 할애하면서 꼬박꼬박 '고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표현을 질문에 삽입했다. 그런 가운데 정당 지지도에 관한 질문을 가장 마지막에 포함시켰다. 수십분에 걸쳐 문답이 진행되는 동안 무의식적 편견을 심어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셈이다.  

    복수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질문 자체에 정치적 편견과 선입관이 투영될 수 있는 만큼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데이타를 얻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정당 지지도에 관한 질문을 가장 먼저 한다"며 "이렇게 복잡하고 위험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는 것이 놀랍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응답자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반대성향을 갖고 있는 경우 질문에 짜증내고 중간에 끊어버릴 가능성이 높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다. 그렇게 중간에 끊어버린 응답자는 전체 데이타 풀에서 아예 삭제되어버리기 때문에 마지막 정당 지지도 조사까지 남은 응답자 중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을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겨레가 응답자의 투표성향에 대해  분석한 데이타를 살펴보면 이명박 대통령은 30.6%로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실제 득표율(48.7%)보다 무려 20% 가까이 낮은 반면 정동영 후보는 19.6%로 나타나 대선 득표율 26.1%보다 6% 정도만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가운데 보수성향 이회창 후보는 7.4%로 15.1%와 비교할 때 반토막났고, 좌파성향 문국현 후보(5.8%=>6.7%)와 권영길 후보(3.0%=>3.8%)는 지난 대선 당시 득표율보다 조금씩 높게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결국 한겨레는 의도적이고 무리한 질문내용과 조사방식으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를 유도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자의적 조사방식과 보도가 여론조사기관의 공신력을 훼손할 수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여론조사의 금도를 지키는 언론사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일부 언론의 경우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논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데이타 분석을 전제로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등 조사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 있어 여론조사기관들이 기피하기도 한다"며 "실제로 특정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간 이후 그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한 일반 시민들로부터 문의가 폭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겨레측 여론조사 보도행태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한겨레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지난 30일 전국의 19살 이상 1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