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25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모임)와 일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조문온 정치권 인사들에게 계란과 물병을 던지며 비난하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총재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러분의 원통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국민 분열과 대립 계기로 만드는 일은 아마 여러분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인도 누구를 원망하지 말라고 유서에 당부했다"며 "고인과 정치적으로 또는 다른 이유로 어떤 이유로든 다른 입장에 있던 사람들을 배척하고 추모 문상도 거부한다면 결코 이것은 고인을 위한 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 ▲ <span style=자유선진당 일행은 24일 노사모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로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 조문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사모와 일부 지지자들은 선진당 일행의 조문을 거부하며 이들이 타고 있는 차량에 계란을 던졌다 ⓒ 연합뉴스" title="▲ 자유선진당 일행은 24일 노사모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로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 조문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사모와 일부 지지자들은 선진당 일행의 조문을 거부하며 이들이 타고 있는 차량에 계란을 던졌다 ⓒ 연합뉴스">
    자유선진당 일행은 24일 노사모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반발로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 조문도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노사모와 일부 지지자들은 선진당 일행의 조문을 거부하며 이들이 타고 있는 차량에 계란을 던졌다 ⓒ 연합뉴스

    그는 "고인은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온 국민의 대통령으로 기억되게 하기 위해서 고인에 대한 추모를 갈등과 분열이 아닌 이해와 화합의 기회로 만들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총재는 이어 "검찰조사가 필요 이상으로 집요하거나 또 투망식으로 되거나 장기간 연장됨으로써 불행을 초래한 원인이 됐다면 검찰권의 진정하고 공정한 정립을 위해서도 이 부분은 규명돼야한다"며 "노 전 대통령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잘못은 없는지 진지하게 가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검찰은 진상규명에 집착한 나머지 또는 정치적 고려에 좌우된 나머지 적법 절차 정신과 한계를 일탈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24일) 이 총재, 심대평 대표를 비롯한 선진당 의원 및 당직자 20여명은 노 전 대통령 조문을 하러 봉하마을 입구까지 다달았으나 노사모 회원 등 지지자들의 계란세례를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 김형오 국회의장도 노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했으나 일부 지지자들이 생수통을 던지고 물을 뿌리며 격하게 반발했다. 결국 김 의장은 1시간여 동안 경비숙소에 갇혀 있다가 조문도 못하고 쫓겨났다.

    친박연대 이규택 공동대표도 일부 과격 지지자들에게 물세례를 받고 멱살잡이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봉하마을 입구까지 왔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일부 노사모 회원은 박 전 대표의 조문을 '정치적 쇼'라며 반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밖에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조문퇴짜를 맞았다.

  • ▲ <span style=노 전 대통령 분향소로 향하던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가운데)이 한 노사모 회원(왼쪽, 파란점퍼)의 저지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title="▲ 노 전 대통령 분향소로 향하던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가운데)이 한 노사모 회원(왼쪽, 파란점퍼)의 저지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노 전 대통령 분향소로 향하던 열린우리당 이부영  전 의장(가운데)이 한 노사모 회원(왼쪽, 파란점퍼)의 저지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창사랑(이회창팬클럽. 대변인 이기권)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사모를 비롯한 과격 지지자들은 폭언과 욕설을 퍼붓고 계란과 물병을 투척해 이 총재 조문을 막았다"며 "이 총재가 이렇듯 문전박대 당하는 사태에 대해 창사랑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창사랑은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죽음을 숙연하게 애도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행패부리는 것은 유아적 망동"이라며 "예에 관한 우리 민족 관념에서 볼 때 더욱 용납 받을 수 없는 비신사적인 일"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고인이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을 때에도 전직 대통령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음은 노사모 회원들도 잘 알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어 "고인은 죽음을 앞둔 고뇌의 순간을 보내며 대한민국이 대립하기보다 화합하고 평온하길 원하셨을 것인데 그런 고인 영전에서 저주의 계란과 욕설을 퍼붓는 노사모는 도대체 무엇하는 집단이냐"고 따져 물은 뒤 "노사모의 슬픔은 이해하면서도 무절제한 망동을 원하지 않고 공개적 반성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