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처럼 개처럼 ⓒ 뉴데일리
    ▲ 사람처럼 개처럼 ⓒ 뉴데일리

    생명과학 윤리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한 과학자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올해의 발명 1위로 선정된 복제 개 스너피의 성공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든 것에 대한 사실 진위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이 책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듯 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의 본질과 속성과 역사를 설명한다. 그리고 조용히, 생명과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변적인 인간의 합리성과 기술에 의지하고 있는지를 설파한다. 결국,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 윤리가 기초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이 쌓아올린 생명과학의 업적이라는 것은 자칫하면 인간병동과 동물병동이 나란히 놓이게 되는 결과를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경종을 울린다. 화학과 토양학을 전공하고 신학까지 섭렵한 저자는, 과학 지식과 종교를 넘나드는 날카로운 철학적 사유를 글 전반에 펼쳐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 책은 문사철(文史哲)이 기초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진보와 발전이란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그리고 그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윤리는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동시에 이 책은 명상서라 불릴 수도, 잠언집이라 불릴 수도 있을 것이다. 시어(詩語)처럼 이루어진 짧은 문장들 사이사이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기파랑 펴냄, 844쪽,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