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0일간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광우병 촛불시위가 발생 1주년을 맞는다. 취임한 지 반년도 안 된 이명박 대통령은 이로 인하여 두번씩이나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집권 초기의 국정추진력을 거의 상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촛불은 꺼졌지만 아직도 촛불의 영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야당이 해머와 전기톱을 동원하면서까지 밀어붙인 것은 정부·여당이 촛불에 덴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광우병 사태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광우병 우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조급하게 서두른 데에서 비롯되었다. 정권 초기에 신뢰를 잃은 탓도 있다. 그러나 근본 원인은 전문가와 언론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조작·과장하여 국민을 오도한 데에 있다.

    광우병 사태 직전에 어느 수의학과 교수는 식품이나 화장품을 통해 극미량의 병원성 프리온이 계속 축적되어 광우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어떤 의대교수는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으로부터 전혀 안전하지 않다"고 단언했으며, MBC PD수첩은 미국에서 광우병으로 주저앉는 소를 마구 도축한다는 취지의 끔찍한 화면을 안방에 쏟아 놓았다.

    몇몇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미국의 쇠고기는 수출용과 내수용이 다르다"는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을 앞세워 "사대적인 이명박 정부가 검역주권을 포기했다"고 선동했다.

    시민들은 경악과 분노에 사로잡혀 촛불을 들고 뛰쳐나갔다. 이런 정보와 방송을 접하고도 '미국소=미친소'라고 믿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큰일 나는 것으로 확신하고,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든 쇠고기 수입을 막아야 하겠다는 일념하에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시청 앞으로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

    시위대 중에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히겠다"는 반정부 세력, 미국이 싫으니 미국산 쇠고기도 싫다는 반미세력, 그리고 사회에 불만을 품은 세력 등이 섞여 있었지만, 시위에 나선 대부분의 시민들은 진심으로 생명과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시위대는 반정부·반미 투쟁으로 유도하려는 시도에도, 폭력으로 사회불안을 야기하려는 시도에도, 그리고 이 틈을 타서 공기업 민영화를 저지하려는 시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비폭력을 견지하면서 쇠고기의 위험성만 지적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미국소=미친소'라는 등식이 옳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위에 참가했던 대부분의 시민들이 속았고,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세력에게 이용당한 셈이 됐다.

    그럼에도 시위 참가자의 상당수는 지금도 이러한 진실을 외면하려 든다. 하긴, 철석같은 믿음으로 촛불을 들었던 것이 겨우 몇달 전인데, 그 믿음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용당했다고 인정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을 것이라고 주문(呪文)을 걸었던 전문가와 언론, 광우병대책회의에 묻자. 광우병의 최고 권위자인 이영순 교수가 2008년 5월 8일 "광우병은 곧 사라질 질병이고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밝혔음에도 소위 전문가와 언론이 엉터리 정보로 국민을 속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촛불시위로 나라를 흔들어서 무엇을 얻으려 했느냐고, 그리고 국민이 선거로 선출한 대통령을 시위로 "주저앉혀서" 어쩌겠다는 것이냐고, 분노하고 따져 물어야 한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사실을 너무 쉽게 믿은 건 아닌지 스스로 묻자.

    정부에게도 묻자. 광우병 초기에 정부가 성난 민심과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고, 그동안 치유책으로 무엇을 했는지 묻자. 광우병 촛불시위의 진원지 아고라에서 백서(白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정부가 과연 광우병 사태를 제대로 분석하는 백서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실수에서 배우지 못하면 실수는 되풀이되고 역사는 반복된다. 광우병 사태가 언제 적 일이더냐고 망각의 저편으로 던져버린 듯한 정부·여당의 태평한 모습을 보면서 결국 또다시 촛불에 데고야 말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