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올드 보이’, ‘친절한 금자씨’ 등 평단의 호평과 함께 자극적인 장면과 비윤리적인 내용들은 ‘안티 박찬욱’ 팬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박찬욱 감독은 논란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박 감독의 신작 ‘박쥐’는 개봉 오래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얼마 전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한층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지만 영화 ‘박쥐’에는 소문만큼 차린 것도 많다. 하지만 선뜻 수저를 갖다 대기에는 아직 불편한 내용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 ▲ 영화 '박쥐' ⓒ 뉴데일리
    ▲ 영화 '박쥐' ⓒ 뉴데일리

    24일 언론시사를 통해 처음 공개된 영화 ‘박쥐’는 기대만큼 놀랍고 충격적인 영화다. 자극적인 장면들도 많지만, 그것 이상으로 영화는 심오한 주제를 담고 있어 더 놀랍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상현(송강호)은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무기력함에 괴로워하다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 중인 백신 개발 실험에 자원한다. 그곳에서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 받고 뱀파이어가 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그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신봉자들을 만난다. 그 사이에서 친구 강우(신하균)와 그의 아내 태주(김옥빈)를 알게 된 상현은 태주의 묘한 매력에 이끌린다. 태주 또한 심약한 남편과 히스테리컬한 시어머니 밑에서 억압돼 있다가 상현을 만난 후 숨겨 있던 욕망에 눈 뜨게 된다.

    상현이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게 된 태주는 그와의 거리를 두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상현의 가공할 힘을 이용해 무능력한 남편을 살해하자고 유혹한다. 결국 그녀의 유혹에 넘어간 그는 뱀파이어가 된 후에도 살인만은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을 깨고 강우를 살해한다. 하지만 강우를 살해한 이후 두 사람은 강우의 환영에 시달리고, 두 사람의 감정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 ▲ 영화 '박쥐' ⓒ 뉴데일리
    ▲ 영화 '박쥐' ⓒ 뉴데일리

    뱀파이어 영화라는 장르는 아직 한국에서 생소한 듯하다. 사람의 피를 빨아 먹고 벽에 매달려 잠을 자는 모습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상현(송강호)과 태주(김옥빈)가 옥상 위를 날아다니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이 장면은 평소 억압돼 있던 태주가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뱀파이어가 된 후 살인행각을 벌이는 태주의 모습은 잔인하리만치 냉정하다. 김옥빈은 억눌린 욕망에서 상현과의 금지된 사랑으로 눈을 뜨고, 가공할 힘을 갖게 되면서 마음껏 살인을 저지르는 욕망의 절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그녀의 절제되지 않은 모습은 뱀파이어가 된 후에도 도덕과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상현의 모습과 대비된다.

    박찬욱 감독은 10년 전부터 이 영화를 구상했으며 지금까지의 작품 중 감독 자신을 가장 많이 투영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우유부단하고, 인간적인 상현의 모습은 감독 자신을 가장 닮았다고. 영화는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켕’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3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