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YTN 노종면 위원장 구속과 ‘PD수첩’ 이춘근 PD 체포로 인해 언론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 권력이 언론인을 구속하고 체포하니 현상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언론탄압과는 무관하다.

    YTN 노조위원장 구속, 안타깝지만 언론탄압 아니다

    특히 YTN 건은 언론탄압과 인연이 없다. 검찰이 YTN 보도 내용을 문제삼아 노조위원장을 구속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리력을 사용, 정상적 절차를 통해 선입된 사장이 업무를 못하도록 방해한 것이 구속 사유다. 이런 면에서 ‘PD수첩’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언론탄압 운운하는 것은 일종의 레토릭에 가깝다. 

    일례로 불법을 자행한 정치인을 구속하면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정치탄압이라 우긴다. 그 견해를 탄압한 것이 아니라 불법행동을 벌한 것인데도 그렇다. 불법을 자행한 노조를 사법처리해도 늘 노조탄압이라 주장한다. 만일 이런 레토릭에 눌려 법 집행이 사라지면 그 자리엔 홉스가 이야기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만이 남게 될 것이다.

    YTN 노조위원장 구속은 이처럼 노동쟁의 일반에 적용되는 법의 보편적 집행과정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YTN 노조의 행위가 비록 명백한 불법이었으며, 그에 대해 정당한 법집행이 이뤄진 것일지라도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우리 마음에 남는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거의 없으며 수사에 대해서도 ‘PD수첩’ PD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 노조위원장을 굳이 구속 입건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것이 그 하나다. 대통령 후보 특보를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수용할 언론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하는 물음이 그 둘이다. 이 문제는 노조의 이념성이나 성향 등과 약간 궤를 달리한다. 서동구 한국방송공사사장의 낙마가 그 좋은 예다. 아무리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정권이라 해도, 특보의 사장 선임에 반대하고 결국 그를 좌절시킨 것은 코드 이전에 언론의 자존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법적 영역 밖의 고민들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노종면 위원장의 구속은 개운하지 않으며 성향을 떠나 여전히 언론인과 언론운동가 전체를 안타깝고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이춘근 PD 체포, 법적 문제없다

    그에 비해 이춘근 PD의 체포는 보도내용 그 자체가 수사의 대상이어서 언론탄압의 논란에 더 근접하다. 검찰에서 보도 내용을 가지고 PD를 체포한 것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유쾌한 일이 아니며 권장할 만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있어 검찰의 법적인 잘못은 없다. 이 불유쾌하고 안타까운 상황은 ‘PD수첩’ 책임자들이 자초한 일이다.

    현행법상 명예훼손 관련 고소가 있었기에 검찰은 피고소인을 불렀고, 이에 PD들은 당연하게 출두했어야 한다. 출두해서 사실관계를 밝혔으면 체포니 뭐니 하며 온 나라가 떠들썩할 일이 아예 없었다. 검찰은 법에 따라 출두하지 않으니 체포해 조사한 것이고 조사가 끝나 석방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언론인의 사명은 이 평등을 넘는 특권을 감시하는 데에 있다. 아무리 막강한 정치 권력자나 재벌이라 할지라도 명예훼손 관련 고소를 당했다면 당연히 검찰에 출두해야 한다. 이는 정치탄압도 기업탄압도 아니다. 여기에 언론인들만 예외로 하자는 것은 스스로 예외적 특권을 누리겠다는 것으로, 자신의 사명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가 된다.

    이제는 보도 내용 진실을 밝힐 때

    이제 남은 문제는 보도 내용에 대한 진위다. 보도 내용이 진실이고 그것이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그것이 공인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나 허위사실이라면 공익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된다. 법이 그렇다.

    ‘PD수첩’ 팀들은 절차에 따라 출두해 자신들의 내용이 진실이고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공익적 행위였음을 증명하면 될 일이다.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라 하고 야콥병에 걸린 아레사 빈슨씨를 광우병 환자라고 칭했던 것, 또한 빈슨씨 주치의와의 대화에 얽힌 의구심들에 대해 그것이 여전히 진실인지 거짓인지, 혹 거짓이라면 실수인지 의도인지 밝힐 일이다. 고의였다면 그 의도가 무엇이고 그 책임자가 누구인지도 알릴 일이다.

    언론은 권력과 긴장관계에 있다. 언론의 사명은 권력의 초법적 남용이나 국민기망을 감시하는 데 있으며 그 유일한 무기는 진실이다. 언론 자체가 왜곡으로 권력을 견제하려 했다면 악마에게 혼을 팔아 선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일이다. 이에 대한 정확한 해명 없이 언론탄압 운운으로 상황을 넘어가기에는 ‘PD수첩’에 대한 의구심이 너무 크고 깊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언론탄압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규명의 사안이다. 오직 진실을 먹고 살아가는 언론이 그걸 회피한 채 정치적 레토릭만 구사하니 국민의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이는 MBC를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 될 수 없다.

    부디 이제 진실을 밝히라.[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 본 글은 주간 '미디어워치'와의 기사제휴 협약에 따라 게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