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우가 해냈다. 이운재가 막아냈다.

    이겼다. 하지만 기분 좋은 승리는 아니었다.

    후반 43분까지 허정무 감독의 속은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80%가 넘는 골 점유율은 문제가 아니었다. 한 방은 아쉽게도 안 나왔다.

    되레 전반 시작과 동시에 날린 북한 홍영조의 기습적인 왼발 중거리 슛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할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이운재의 선방이 너무 고마운 순간이었다.

    이후 한국의 공격은 안타까울 정도로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중계 아나운서는 “아쉽습니다.”를 연발했지만, 사실 모두 골문에서 크게 빗나가는 슛이었다.

    태극기 흔들며 응원하던 붉은 악마들까지 전반 뒤 시간에는 박수를 보낼 흥이 나지 않는 눈치였다.

    북한의 홍영조와 정대세에게 홈에서 치욕적 패배를 ‘상납’할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홈그라운드, 그리고 일방적 응원을 생각하면 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후반 시작은 더 끔직했다.

    북한은 후반 2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던 홍영조가 올린 크로스를 정대세가 헤딩으로 연결했다.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으나 이운재가 가까스로 막아냈다. 이어진 슈팅을 막아내다 황재원이 부상을 당해 들것에 실려 나갔다. 이정수가 대신 들어왔고 이영표 대신 김동진이 투입됐다.

    그러나 후반 43분. 무승부를 예감하던 상황에서의 프리킥 찬스. 김치우가 왼발로 날린 슈팅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허정무 감독, 그리고 선수들 모두는 밤새 전전긍긍하던 숙제를 등교 직전에 해낸 표정이었다.

    3승2무로 승점11. 2010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조 1위로 올라선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