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당내 개혁 성향 의원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배치되는 듯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 의원이 11일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다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남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강호순 사건'으로 자당 내에서 흉악범에 대한 감형없는 종신형 도입과 사형제 존치 목소리가 나오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사형집행 재개 문제와 감형없는 종신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옳다그르다를 떠나 당내에서 신중한 토론을 거치고 그 후 당론을 정해 사회적으로 반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 의원은 "이번(강호순) 사건으로 인해 진지한 논의없이 사형집행이 재개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고 특히 사형제도가 존치된 상황에서 감형없는 종신제 도입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 흉악범에 대한 사형 집행 재개와 감형 없는 종신제 도입 논의가 일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홍 원내대표가 곧바로 반박했고 박 대표도 홍 원내대표를 거들며 남 의원은 코너로 몰렸다. 홍 원내대표는 "지금 사형 대기자가 58명이고 그 중 2명은 보험살인이다. 보험료를 탈 목적으로 부모와 가족을 살해한 것이다. 나머지 56명은 2명 이상 살해한 흉악범으로 23명을 살해한 사람, 21명을 살해한 사람 등 엽기적 살인범들"이라며 "그야말로 판결문에서 자주 듣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사형을 집행할 것이냐는 문제는 당론으로 정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 172명인데 사형제에 찬성하는 분도 있고, 사행 집행을 하지 말자는 주장도 있다. 개인의 종교적 신념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당론으로 모으기 굉장히 어렵다"고 강조한 뒤 "당론으로 정할 일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 의원이 "공감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지도부인 박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의사표명이 마치 당론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고 원내대표단에서 추진하려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맞서자 홍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에서 추진하지 않는다"고 잘랐다. 남 의원은 다시 "그러냐"고 말한 뒤 "그런 오해까지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를 듣고 있던 박 대표는 "법대로 하자는 데 이의가 있겠느냐. 법을 고치자는 논의야 있겠지만 법대로 하지 말자는 당론을 정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홍 원내대표를 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