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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두 축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여당은 두 사람을 중심으로 갈라져 있다. 지난 2일 두 사람은 8개월만에 만났지만 관계는 나아진 게 없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 분위기다. 가장 시급한 게 당내 통합이라 말할 만큼 친이-친박 양진영간 관계회복은 여당의 시급한 해결 과제인데 눈앞에 놓인 상황은 좋지 않다.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 이날 공개회의에서 양 진영은 다시 충돌했다. 문제가 된 것은 4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당협위원장 자리. 임기 1년의 당협위원장 자리는 4월 바뀐다. 대개 현직 위원장이 재임명되는데 문제는 낙선 원외위원장과 복당한 친박 현역 의원이 공존하는 지역구다. 무려 19곳이나 되고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홍사덕 박종근 이해봉 의원 등 친박 진영 핵심 중진 의원들이 이해당사자여서 지도부의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 친이계 낙선 당협위원장들은 자리를 내주지 않을 태세다.
이들은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까지 만드는 등 조직적으로 4월을 준비하는 움직임이다.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희정 전 의원은 친박 인사들의 복당에 문제가 있다며 이들의 복당을 위해 김무성 의원이 당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상황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친박계에선 당 공개회의에서 이 문제를 꺼냈다. 총선 뒤 복당한 이해봉 의원은 이날 열린 회의에서 "지난번 당협위원회 운영에 관해 원외위원장 추진협의회가 구성돼 많은 잡음을 일으켰고 정치적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이 의원은 "굳이 당헌·당규에도 없는 별개의 원외 당원협의회를 별도로 구성해 정당법이나 정치관계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며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의) 창립대회를 보니까 국내에도 없는 정치실세란 사람이 등장하고, 그 분의 막강한 영향력을 통해 (협의회가) 활성화되고, 당에서도 지원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자칫 잘못하면 특정세력의 지원을 받아 특정세력화하는 당내 또하나의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에도 없는 정치실세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이 의원은 "종전 관례는 현역 의원이 입당하면 당연히 당협위원장은 현역 의원으로 자리를 확보하는 게 관행"이라며 "아직도 그런 조치가 없고, 당헌에 없는 협의회를 구성해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이 의원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당이 한나라당 전체의 당이지, 특정세력의 정당도 아니고, 대표와 최고위원이 심각히 고려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친이계에서 곧바로 반격했다. 친이 성향인 박순자 최고위원은 "사실 원외 당협위원장들의 지역구 활동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국회에서의 의제가 지역과 소통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보다 당협위원장의 역할이 큼에도 당헌·당규나 선거법에 의해 뒷받침이 제한돼 있다"며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를 두둔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 문제는 언젠가는 비공개 토론을 해야 할 것이고 당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지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재오계로 불리며 친이명박 성향인 공성진 최고위원도 "이해봉 의원이 이 문제를 공개석상에서 거론하니까 혹시라도 오해 소지가 있을까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달 전에 결성된 협의회는 친이·친박을 망라한 것으로 원외 위원장들이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 원내로 보낼까 하는 차원에서 만든 것이지 제3세력으로 당내 분란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거들었다.
논란이 일자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 문제는 이번에 구성될 정치개혁 특위에서 논의를 시작할 것이니 더 이상 공개석상에서 말씀이 없었으면 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