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자진 사퇴 표명을 놓고 청와대가 뒤숭숭하다. 10일 용산시위 사망 사고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김 내정자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청와대는 공식입장 발표를 유보한 채 안타깝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청와대는 김 내정자의 사표를 즉각 수리하기보다 경찰 내부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여론 추이를 지켜보는 완급조절에 나섰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표 수리 여부와 관련해 "선진 일류국가가 되기 위한 여러가지 중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 우리가 진짜 지켜야할 원칙과 가치관을 어떻게 계속 유지해나갈 것인가를 고심해왔고 고심하고 있다"며 "사표 수리 문제도 그런 연장선 위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참모는 "김 내정자가 고독한 결단을 내렸으니 이 대통령도 결정할 것"이라며 "원칙이 아닌 여론 풍향을 보고 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못마땅해 한다. 원칙과 가치 차원에서 봐야한다"고 되짚었다. 그는 "김 내정자는 (정부에서) 필요한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김 내정자의 진퇴 논란에 대해 확실한 진상규명을 통해 재발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 하에 공직사회의 사기, 도의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법과 원칙이 어떻게 지켜져야 하느냐는 근본적 부분도 같이 감안돼서 최종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대통령도 김 내정자의 사의 표명을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내정자의 사의 표명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의 결단과 무관하게 모종의 '작업'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여권 안팎에서 나왔다. 김 내정자는 9일 검찰의 용산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본 뒤에도 전혀 사퇴 분위기를 풍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시간까지 김 내정자 사퇴에 찬반 양론이 비등했다. 급작스럽게 분위기가 바뀐 것은 저녁 7시쯤. 김 내정자는 예정됐던 저녁식사 약속을 취소하고 집무실을 떠났다 돌아온 뒤 간부들을 불러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권 핵심에) 시류에 편승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