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이 녹아가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3일 이명박-박근혜 양 진영간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하지만 2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오찬 간담회 뒤 양 진영의 간극은 더 벌어진 모양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과 자당이 2월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쟁점법안에 직접 제동을 걸었고 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앞으로는 잘못된 일에 시시비비를 가려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용히 이 대통령 국정운영을 돕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180도 변화한 것으로 당 안팎에선 사실상 '여당 내 야당'으로 강경선회 한 것이란 분석이 높다. 

    박근혜 김무성 두 사람의 발언 뒤 박 전 대표 진영은 곧바로 움직였다. 친박복당파 의원과 친박연대 의원들은 2일 박 전 대표가 청와대에서 돌아온 뒤 만나 '이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쟁점법안에 우려를 표명했으니 이들은 논란이 큰 법안에 대해선 자체 의견수렴을 거쳐 일부 수정을 요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정현 의원 등 일부 친박 의원들은 자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국회폭력방지법에서 처벌 수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대안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유정복 의원은 4일 뉴데일리와 전화통화에서 "쟁점법안 내용을 알지도 못하는데 지금이라도 논의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유 의원은 "갈등이나 대립을 전제로 반대하는 게 아니고 정치 고민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좀더 자유롭게 해결책을 고민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1·19개각을 통해 내정된 인사들에 대한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한나라당 쟁점법안 2월 국회 처리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친박 진영에선 2일 오찬 간담회 뒤 분위기가 나아진 게 없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더 불편해졌다고 할 수도 없지만 좋아진 건 없다"고 했다. 친박 진영은 2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으로 내부 결속력을 더 다질 태세다. 이는 앞으로 진행될 정치일정과도 무관치 않다. 당장 친박 진영에서 가장 껄끄러워 하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이 코 앞에 다가왔고 4월 재·보선과 친박 의원 지역구 당협위원장 선정 문제까지 굵직한 이슈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 2월 국회가 끝나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한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친박 진영의 움직임에 이명박계 역시 박 전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8개월 만의 이명박-박근혜 만남에도 양 진영의 관계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