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3일 사설 '박근혜 전 대표는 정치평론가에 만족할 건가'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엊그제 청와대 모임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여당이 매달리는 쟁점 법안에 대해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의 한마디로 신속 처리라는 여권의 전략은 동력을 상당히 잃게 됐다. 박 전 대표의 엇박자는 비단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 쇠고기 파동 때는 ‘국민 건강’론을 거론하며 정부를 비판했고, 연말·연초 폭력 국회 파동 때는 한나라당의 법안 처리 방식을 비난했다. 용산 참사에 대해선 측근을 통해 “그렇게 급한 일이었냐”며 ‘진상 조사 후 판단’이라는 당론과 어긋났다.

    어느 정치인이건 자신의 소신을 얘기할 수는 있다. 박 전대표의 지적엔 부분적으로 옳은 점도 있다. 다만 그가 의견을 제시하는 양태가 그의 정치적 위상과 여권 내 비중에 걸맞은 책임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연말·연초 쟁점 법안을 둘러싼 국회 파행만 보아도 사태 초기에는 침묵하다가 일이 헝클어진 다음에 발언이 나왔다. 특유의 훈수식 수사법을 두고는 ‘자신의 일인데도 마치 딴 나라 사람처럼 비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여·토론보다는 비평이다. 그러므로 그의 발언은 꼬인 정국을 푸는 해법이나 여야 대결의 조정 방안이 되기엔 부족하다. 오히려 발언 뒤끝은 여권의 내홍과 잡음으로 이어졌다.

    박 전 대표는 유력한 차기 주자다. 현재 그의 지지율은 다른 예상 주자들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그는 한나라당 비주류의 수장이다. 계파 의원은 40명이 넘어 이들을 빼면 이명박 세력은 의회 과반수가 안 된다. 매우 중요하고도 비중 있는 국가 지도자다. 그렇다면 이제까지처럼 방관자적 비판자의 입장에 계속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위상에 걸맞게 정치의 주체가 돼야 한다.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야당의 국회 점거·폭력, 화염병 폭력 시위도 강하게 비판해야 한다. 법안 처리에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면 본인이 직접 나서 설득 노력을 펼치라고 권유하고 싶다.

    박 전 대표를 냉소적 비판자로 만든 책임은 1차적으로 그를 포용하지 못한 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가 쳐다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경제위기와 혼란에 빠진 한국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