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용산 참사 관련해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의 거취문제를 놓고 당내 이견을 보이는 의원들의 입단속에 나섰다.

    2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회의에서 홍준표 원내대표는 다른 사람들의 모두발언이 이어지는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평소 '홍반장' '입준표'로 불리며 당내 여러 현안에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그이지만, 이날만큼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다. 홍 원내대표는 다른 의원들의 모두발언동안 눈을 지긋이 감거나 입술을 앙다문 표정만 짓고 있었다.

    이같은 어색한 분위기는 한나라당 투톱인 박희태 대표와 홍 원내대표의 용산참사 대책과 민심수습방안에 대한 인식차 때문이다. 박 대표는 용산 참사 후, 줄곧 '선 진상규명, 후 책임추궁'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홍 원내대표는 '김 내정자 조기 퇴진'을 주장하며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개성이 강한 스타일인 홍 원내대표도 쟁점법안 처리·인사청문회 등으로 야당과 맞붙게 될 2월 임시국회를 목전에 두고 지도부와 괜한 마찰을 일으켜 언론에 내보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남경필 의원이 "당내 다른 목소리도 있다"며 지도부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보이자 박 대표가 서둘러 "다른 목소리는 비공개로 하라"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남 의원 발언을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언론에서는 '사안마다 엇박자를 낸다' '여권 역주행' '한나라당이 임시국회를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못추스르고 있다'는 등 조롱과 비판이 줄을 이었다.

    이를 염두에 뒀는지 박 대표는 자신의 모두발언 후 말미에 "홍 원내대표는 말씀을 아끼겠다고 한다"며 홍 원내대표의 발언을 자연스럽게 저지했다. 홍 원내대표도 별다른 반응없이 말을 삼갔지만 간간이 표정을 찡그리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를 '용산국회'로 삼겠다고 큰소리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내달 1일 서울 명동에서 대규모 반정부 데모를 벌인 뒤 여세를 몰아 4월 재보선 등 향후 국정운영에 주도권을 잡겠다는 속셈을 보이며 여권 압박에 나섰다. 이날 한나라당은 지도부는 민주당의 대규모 데모계획을 성토하고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결전 태세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