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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벌어졌던 20일 저녁 사건 현장인 용산역 근처에 모인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불이 어떻게 났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 경찰이 강제로 진압한게 잘못"이라고 주장하며 불만을 쏟아냈다. 참가자들이 감정에 휩쓸려 폭력사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경찰은 14개 중대 10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집회에는 400여명(경찰 추산)이 모였고 이로 인해 용산역 앞 서울역 방향 차도가 통제돼 퇴근길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폭력 경찰 물러가라" "살인 정권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이번 집회 참가자들 중에는 지난해 쇠고기 파동 촛불집회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는 사람이 많았다. 촛불집회에 3번 정도 참가했다는 한 여대생은 "생활이 어려운 철거민들에게 대안도 마련해주지 않고 무조건 철거만 강요했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은 정말 억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철거민들이 경찰관과 행인에게 대형 새총으로 골프공과 유리구슬을 쏘아대고 화염병을 던져 주변 상가와 건물에 불이 나게 한 것에는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주 집회에 나온다는 한 40대 직장 남성은 "정부는 롯데월드 건설 이런 것만 생각하지 말고 서민을 위한 것도 생각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철거민의 과격한 행위는 "중요하지 않다"며 "경찰이 진압하려면 안전장치 같은 걸 해놨어야 했다"고 경찰 비난만 쏟아냈다. 한 20대 남성은 "경찰이 폭력적으로 강제진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철거민의 행동이 주변에 피해를 줘 경찰이 동원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진미경 위원은 "이 정권은 재벌과 기업 편만 들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공권력을 이용해 살인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회의원들은 청와대 하수인으로 마스크를 끼면 범죄자를 만들겠다는 법안을 만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흥분한 한 참가자는 대기하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서민 죽이는게 보수냐"며 "경제 살린다고 하는 사기꾼 새끼"라고 소리 질렀다. 일부 격앙된 참가자는 경찰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욕을 퍼부어댔다.
집회에는 일반 시민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한대련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한국민족문제연구소 자본주의연구회 등의 단체가 참가했다.
이날 저녁 7시에 시작된 촛불집회는 물대포를 동원한 경찰의 해산 작전으로 두 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3차례 경고방송을 내보낸 후 밤 9시쯤 살수차 2대로 물대포를 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