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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은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하는 신조어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이른바 'BMW족'(자가용을 포기하고 버스(Bus)나 자전거(Bicycle), 지하철(Metro), 도보(Walk)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단어)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 등 뜻도 내용도 다양하다. 공부하는 직장인을 뜻하는 '샐러던트'(Salary man + Student)도 빼놓을 수 없다.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하는 직장인의 수가 68.1%에 달한다. 나 또는 내 동료는 이미 샐러던트인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에 이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교, 사이버대학과 같은 고급 온라인강의가 활성화 되면서 샐러던트는 더 증가하는 추세다.
사이버대학에서 자격증과 학위를 동시에
직장인들 사이에서 일명 ‘대학 후 대학’ 열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하루 업무도 빠듯한 직장인이 일과 학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여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날로 인기를 더해가는 것이 바로 사이버대학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을 필요 없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전문지식 축적은 물론, 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은 일반대학의 1/3 수준이고 장학금도 풍성해 직장인의 주머니 부담을 덜어준다. 또 대부분의 사이버대학 학과가 실용학문 위주여서 바로 활용 가능하다. 샐러던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세계사이버대학 교학처장 조현주 교수는 “사이버대학의 70% 이상이 직장인이고 대부분 학위를 따려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 매우 열정적”이라며 “사회복지과나 피부미용뷰티과는 졸업과 동시에 자격증이 주어지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또 “사이버대학은 수능을 볼 필요가 없고 입학전형이 까다롭지 않아 40~50대 직장인 학생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이버대학 뿐만 아니라 경영지식을 배울 수 있는 사이버MBA도 샐러던트들을 공부의 늪으로 빠지게 하는 종목. 학위를 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짧은 기간 안에 경영지식을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 많은 직장인이 사이버MBA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수강료도 일반 MBA과정의 5%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온오프라인 모임이 활성화돼 있어 인맥구축에도 도움이 된다.
법조인·의사 꿈꾸는 ‘주경야독 형’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직장인 사이에서 진로변경을 위해 로스쿨이나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고시원이나 학원가에서 고시공부를 하는 ‘이중생활’을 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시험공부를 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1~2년 투자로 평생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이전에는 대부분의 고시학원이 대학생이 많은 신림동에 밀집해 있었다. 요즘에는 직장인이 밀집해 있는 강남에 전문대학원 입시학원이 몰리고 있다. 샐러던트 증가에 따른 신(新)학원풍속도다. 도입 5년째를 맞는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은 2009학년 입학정원이 2000명을 넘어설 만큼 직장인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 관계자에 따르면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는 학원에서 한 반에 20~30%는 직장인이 차지했다. 올 3월 개교하는 로스쿨도 20대에 비해 30대 직장인 합격 비율이 당초 예상보다 적었지만 앞으로 입학정원을 꾸준히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 전문대학원 입시학원 관계자는 “전문대학원 전체 준비인원 중 직장인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업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커서 직장인의 합격률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준비기간이 길고 입학 후 공부와 등록금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하고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학원에서, 출퇴근 길에서…외국어 공부는 기본!
샐러던트 가운데 외국어 공부를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잡코리아 통계에 따르면 샐러던트 중 73.2%가 어학공부를 한다고 대답했다. 영어는 기본이고 제2외국어인 일본어 중국어 학원도 새벽반 저녁반 할 것 없이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만큼 외국어 공부는 샐러던트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국어 공부는 딱히 어느 하나가 정석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노하우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바쁜 직장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시간투자 대비 고효율이다. 거기에 비용까지 아낄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홍보대행사 직원 한송이씨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는 케이스. 출퇴근하면서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로 짧은 편이지만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한다. 먼저 아침 30분동안에는 무가지에 있는 영어섹션을 정독한다. 분량도 30분이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요즘은 무가지마다 거의 영어섹션이 있고 독해부터 토익, 일상회화까지 골고루 나오기 때문에 어떤 교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것이 그의 설명. 퇴근하는 동안에는 DMB로 ‘아리랑 라디오’를 듣는다. 모든 방송이 영어로, 한국인 수준에 맞게 중급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듣기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자투리 시간이지만 하루에 한 시간씩 6개월만 꾸준히 해도 얼추 180시간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꽤 효율적인 방법이다.
한씨는 “학원에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피곤하기도 하고, 일을 하다 보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주변에서도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과 같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공부하는 사람이 많아 분위기 조성도 되고 돈도 절약돼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