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미래학회가 지난 27일 공동주최한 '한국의 보수(保守)를 말한다' 심포지엄에서 한 발표자는 "뉴라이트 운동이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나치게 정치화·권력화됐다. 이제 종언(終焉)을 선언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발표자는 "한국 보수는 권력을 되찾기에만 급급했지 집권 후를 대비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게을렀고 이것이 오늘의 위기를 가져왔기 때문에 뉴라이트 운동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라이트 운동은 2004년 11월 우파로 전향한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보수우파의 혁신을 주장하면서 '자유주의연대'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뉴라이트전국연합'이 2005년 11월 지역·분야별 조직을 갖춰 발족하면서 대중운동으로 발전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뉴라이트싱크넷, 교과서포럼 등 지식인 조직도 잇달아 설립됐다.
뉴라이트 운동은 지난 30년 동안 근대화 세력이란 낡은 외날개로 날면서 무기력 상태에 빠져 있던 한국 보수세력에게 '자유주의'와 '선진화'라는 새 이념을 달아주었다. 이들은 지난 정권 386들이 세계의 흐름에서 고립된 채 구식(舊式) 민족주의에 반미(反美)주의를 결합시킨 친북반미 코드에 빠져 나라를 후퇴시키고 있다고 공격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대선에서 승리한 데엔 뉴라이트의 역할이 작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심포지엄 발표자의 지적대로 뉴라이트 핵심 운동가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금배지를 달고 활동무대를 여의도로 옮겼으며 일부 뉴라이트 조직은 정부를 노골적으로 편드는 정권 외곽세력의 모습을 띠기 시작했다. 일부 지도자는 대통령과 정권의 후견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출범 때 정권 내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지 않았다. 자유주의연대는 "자유주의를 연구·보급하는 사상단체이자 정책단체"를 내세웠고, 뉴라이트전국연합은 "선진화를 이끌 새로운 토양과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출발했다"고 선언했다. 뉴라이트 운동이 정치활동이 아니라 사회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보수주의 운동 세력은 정권 교체가 중요해서 선거 때 힘을 보탰다 해도 이제는 정권과 거리를 두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렇게 가면 노무현 정부 때 정권의 외곽부대로 나서서 일이 있을 때마다 맹목적 정권 지지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노사모' 집단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미국 보수가 1980년 레이건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30년 가깝게 미국을 주도한 것은 1964년 대선에서 골드워터 공화당 후보가 참패한 뒤 싱크탱크를 만들어 정책을 개발하고 행동단체들이 학생과 시민을 교육하는 데 힘쓴 덕분이다. 뉴라이트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이끄는 주역이 되고 싶다면 이제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