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권 경쟁에는 반드시 승리자와 패배자가 있기 마련이다. 과거 우리나라 대권경쟁에서 패배자의 모습은 참으로 ‘스마트’하지 못했다는 것이 국민의 일반적 인식이다. 패배자는 결코 승리자의 길을 축하해주지 않거나 아니면 축하한다는 말은 형식적으로 했어도 그것이 진실이 아님이 얼마 안 있어 표출되고야 말았다.

    존 매케인이 지지자들에게 보낸 패배 자인 연설을 보면서 우리 정치판은 언제쯤 저런 페어플레이 정치판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정치 선진국의 패배자와 후진국의 패배자가 그토록 다르다는 사실을 매케인 패배 연설에서 확연히 분별할 수 있었다. 의례적 수사로 말 뿐인 승복을 하고 난후 조금 지나면 금방 표범처럼 승리자를 물어뜯는 한국 정치판 선거풍토는 언제쯤 개선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대권 경쟁자들의 일반적 실루엣은 권력을 향한 속물근성이 너무 강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패배자는 승리자의 ‘승리’라는 현실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과거에 누구도, 또 누구도…박근혜 후보와 이명박 후보가 당내 경선을 하는 모습도 가히 한국정치 후진성을 보는 느낌이었다. 대선 경선후보로 나섰다가 패배자가 된 박근혜는 승자인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얼마 안 있어 4월 총선이 되자 대통령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과 같은 정당의 박근혜는 이 정부가 초반에 곤경에 처해 있을 때도 결코 관대하거나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코너로 몰고 가는 ‘막강한 패배자’의 모습을 보였다. 같은 정당인의 경선 패배자가 새로 출범한 정부를 그토록 눈에 띄게 공격해서는 안된다는 일반적인 기대를 깨고…

    예컨대 촛불집회와 관련한 박근혜의 정부비판 태도, 경제가 어려워 고육지책으로 투자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제시한 정부를 향한 박근혜 매우 비판적인 태도 등이다. 정부정책을 공개적으로 수차례 신랄하게 비판하는 박근혜의 태도를 보고 혹자는 차기대선을 겨냥한 전형적인 ‘포플리즘’의 표출이라고 까지 말하기도 한다.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메케인이 지지자들 앞에서 패배 연설 중 몇 마디 핵심 줄기언어를 박근혜 의원을 비롯한 한국의 대선주자들은 한번쯤 벤치마킹해 보면 오히려 차기 대선에 유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담백한 패배자는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

    메케인이 지지자들에게 보낸 연설 중 ‘오바마를 단순히 축하하기 위하여 나와 함께 할 게 아니라 호의와 진정성을 가지고 조국의 번영을 되찾고 견해 차를 극복하는 방향을 모색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에서 그 진정성이 자못 감동을 자아낸다. 또 메케인은 지지자들에게 "조국을 더 좋은나라로 만드는 길을 모색하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실로 정치후진국인 우리의 대권주자들보다 훨씬 감동을 자아내는 정치선진국 대선 패배자 메케인의 아름다운 모습이라 아니할 수 없다.

    메케인 패배연설문 중 진정성있는 감동을 자아낸 일부내용을 발췌해본다.
    (*존 메케인 패배연설 원문은 엔파람 논설위원인 이근진씨의 글에서 발췌했음을 밝혀둔다.)
    -중략(中略)-

    A little while ago, I had the honour of calling Senator Barack Obama to congratulate him.
    나는 조금 전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축하 전화를 했습니다.
    Please. To congratulate him on being elected the next president of the country that we both love.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이 나라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 분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중략-

    Senator Obama has achieved a great thing for himself and for his country. I applaud him for it, and offer him my sincere sympathy that his beloved grandmother did not live to see this day. Though our faith assures us she is at rest in the presence of her creator and so very proud of the good man she helped raise.
    오바마 상원의원은 자신과 이 나라를 위하여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오늘의 승리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잃은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그 할머니는 하느님 앞에서 안식을 취할 것이며 그가 길러낸 훌륭한 오바마에 대해 자랑스러워 할 것임은 믿습니다.

    -중략-

    I urge all Americans ... I urge all Americans who supported me to join me in not just congratulating him, but offering our next president our good will and earnest effort to find ways to come together to find the necessary compromises to bridge our differences and help restore our prosperity, defend our security in a dangerous world, and leave our children and grandchildren a stronger, better country than we inherited.
    나는 저를 도왔던 많은 미국 시민들에 부탁드립니다. 오바마에게 단순한 축하를 하기 위하여 저와 함께 할 것이 아니라 호의와 진정성을 가지고 우리들의 번영을 되찾고 우리들의 견해 차이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방향을 모색하는 노력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위험한 세계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보호하고 우리의 어린 아이들이 강하게 자라고 물려받은 조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길을 모색하는데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