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고 밝히자, 납북자와 국군포로 관련 단체들과 가족들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과 같은 테러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테러지원국 지정이 해제돼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꺼내는 남측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북한의 납치테러를 당했던 임국재씨가 사망했다는 비보가 전해져 납북자 가족들은 더욱 침울하기만 하다. 1987년 1월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 북한 경비정에 납북됐던 동진27호 선원 임씨는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1급 정치범수용소인 제25호 수성교화소에서 사망했다. 이 같은 소식은 납북자가족모임의 소식통에 의해 전해졌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14일 "가슴이 찢어질듯 마음이 아프다"고 답답한 심정을 뉴데일리에 토로했다. 최 대표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납치테러를 당한 우리 국민이 또 죽었다"며 "김정일 뿐만 아니라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에마저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40여 년 전 납북된 최원모씨의 아들인 그는 "임씨는 북한에 끌려가서도 계속 남한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했다고 알려졌다"며 "그토록 남한으로 가고 싶어하던 임씨가 탈북을 시도하던 중 발각돼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알려져 더욱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정부는 이같은 북한의 만행을 방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에 공식적으로 환영의 의사를 표시한 것에 적잖게 실망한 표정이었다. 최 대표는 "정부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환영한다면 납북자는 무엇이란 말이냐"고 반문한 뒤 "납북자와 그 가족은 정치의 희생자일 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지난 12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테러지원국 해제를 환영하며 미국이 잠정적이긴 하지만 전향적인 태도로 해제 조치를 취해 준 만큼 북한도 기존의 입장을 고집하지 말고 전향적으로 핵검증 절차에 협조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같은 날 공식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정부는 6자회담이 정상궤도로 복귀하고 궁극적으로 북핵폐기로 이어지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하며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북 테러지원국 해제 환영한 정부 한나라당에 실망" 

    최 대표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을 말로만 하지말고 행동으로 보여라"고 질타했다. 그는 "자국민 테러행위를 해결하지 않는 나라가 어딨느냐"며 "국군포로가 아닌 납북된 군인만 20여명이다. 국민 세금을 갖고 이지스함이나 포를 만드는게 국민을 지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 왜 자국민을 보호하지는 못하는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한나라당에는 "KAL기 폭파사건에 울부짖었던 한나라당이 테러지원국 해제를 환영해선 안된다"며 "지난 좌파정권 10년간 외쳤던 납북자 국군포로에 대한 목소리는 어디있느냐"고 되물었다.

    최 대표는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북핵 확산을 우려한 미국이 어쩔수 없이 북한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분석한 뒤 "정부는 아무리 미국과 발을 맞춰야 한다지만 북한에 이끌려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이 두려워 북한에 한마디도 못하는 남한은 북한의 속국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단 한사람의 국민이라도 국가는 보호해야"
    "납북자 생사확인만이라도 요청하라" 

    최 대표는 "단 한사람의 국민이라도 국가는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이 끌려가는데 당하고 있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김정일은 절대 핵포기 안한다. 이렇게 끌려다니느니 6자회담을 없애고 납북자·국군포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납북자 국군포로의 송환을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북한에 최소한 생사 확인만이라도 요청해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한편, 최 대표는 오는 20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와 함께 납북자 국군포로와 관련된 전단지(삐라)를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날려보낼 예정이다. 최 대표는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김정일의 만행에 대항할 수 밖에 없다"며 "대북삐라 사업뿐만 아니라 김정일 규탄집회 등을 계속해서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