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 남한에서 보낸 전단지를 본 뒤, 당이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는 걸 알고 씁쓸했습니다"
10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대북단체 관계자들은 북한 황해도 해주와 마주한 서해 무의도 해상에서 정부의 만류에도 김정일 정권 타도를 촉구하는 전단지(일명 삐라) 10여 만장을 풍선에 매달아 북으로 날려보냈다. 이번 '대북 삐라' 강행에 대해 일부 국내언론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일 북한이 개성공단사업과 개성관광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전단지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남북관계가 경색될까 우려하는 것.
전단지 보내기를 추진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전단지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잘라말했다.
"10년동안 퍼줬는데도 북한은 핵실험 해…"
"전단지 때문에 남북관계 경색? 말도 안돼"
박 대표는 이날 전단지를 북에 날려보낸 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자유북한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 만나 "정부와 언론은 왜 김정일 편에서, 김정일 말만 따르느냐"고 반문하며 남북관계 경색은 말도 안되는 북측의 생트집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지난 김대중·노무현 좌파정부 10년동안 북한에 퍼줬는데도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북한의 '핵실험'과 '금강산 관광객 피살'이었다"며 "이러한 사실에 우리국민들은 분노했다. 북한의 잘못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됐는데 왜 전단지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적반하장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지난 좌파정권때에도 꾸준히 해왔던 진실을 알리는 일"이라며 "이제와서 이 일을 트집잡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정부차원의 '대북삐라'와 방송을 중단한 것이 계기가 돼 지난 2003년 7월 부터 '자유의 비둘기 보내기 운동'이라는 명칭으로 그동안 김정일 독재 정권을 비판하거나 남한소식을 담은 유인물 150여 만장을 수십차례에 걸쳐 애드벌룬에 실어 북한 지역으로 보내왔다.
"전단지 효과는 확실… 탈북행렬도 전단지 역할 커"
탈북자인 박 대표는 "남한에서 날라온 전단지를 보고 북한정권의 거짓말을 알게됐고, 또 탈북경로를 익히게 됐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북한체제를 변화시키는데 그 어떤 정책보다 전단지가 효과적"이라고 자신의 탈북경험을 이야기하며 전단지의 효과를 설명했다.
박 대표는 지난 1999년 탈북했다. 그는 북한에서 김책공업종합대학 체신학부(전자공학부)를 졸업한 인텔리 출신으로 탈북 전까지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 산하 속도전 지도국 선전선동부 지도원으로 평양에서 근무했다. 그의 부친은 KAL기 폭파사건의 김현희를 파견한 39호실 간부였다.
박 대표는 "1993년 원산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 남한에서 날아온 전단지를 발견했다. 삐라를 발견하면 보지말고 당에 바치라고 했지만 호기심에 집으로 가져와 15번을 읽었다. 전단지에는 남한의 미스코리아 사진과 함께 탈북했던 강철환 안혁의 근황이 쓰여 있었다. 이때 난 너무 충격을 받았다. 북한당국은 요덕수용소에서 강철환이 탈출했다가 중국에서 잡혀 사형당했다고 선전했는데 죽은 줄 알았던 강철환과 안혁이 너무 잘 살고 있는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이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렇게 거짓말할 수도 있구나 생각하니 씁쓸했고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강철환이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정치범 수용소를 탈출해 탈북한 것을 보고 탈북이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훗날 탈북을 기약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당시 전단지가 발단이 돼 북한 주민들의 탈북행렬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강철환의 이야기가 있는 전단지는 엄청난 정보였다"며 "당시까지만 해도 북한주민들은 남한으로 가기 위해선 비무장지대를 지나 철조망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단지에서 강철환은 압록강을 지나 중국을 통해 남한으로 건너갔다고 쓰여져 있었다. 이는 강력한 정보였고 나를 비롯한 많은 탈북자들이 이 루트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10년 전에는 정부가 나서 '대북삐라' 사업…지금은 탈북자 자비로"
박 대표는 '전단지'에 대해 무심한 우리정부와 국민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표시했다. 현재 '대북삐라' 사업은 미국의 대북단체 지원금과 탈북자의 자비로 이뤄지고 있다. 그는 "10년 전에는 정부가 나서서 전단지를 북으로 날려보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전단지 보내기를 중단한 후 탈북자들은 맨손으로 주머니를 털어 이 일을 하고 있다. 이는 전단지의 확실한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떤 정책을 써도 북한은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정부와 국민이 관심을 가진다면 북한주민들의 힘으로 북한은 변화하고 김정일을 타도할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가장 통일을 빨리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방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난 박 대표는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전단지를 기념품으로 달라고 하며 전단지는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의 확산을 가져다 주는 '빛'이라고 극찬했다"면서 "우리정부와 국민들은 북한주민들이 굶어죽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민족끼리'를 외치지만 결국 집단이기주의에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오는 20일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와 함께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 전단지를 한번 더 북한에 살포할 예정이다. 이 전단지에는 북한주민들에게 납북자 국군포로들의 생사확인을 알려달라는 내용과 이를 남측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을 담게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