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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불발 문제로 촉발된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 퇴진'을 둘러싼 당내 논란이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그간 한나라당은 홍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 '사퇴'와 '유임'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홍 원내대표의 지도력을 '일방통행식'이라고 비판했다. 사태가 커지자 박희태 대표는 16일 서둘러 의총을 소집했고, '선 추경처리, 후 지도부 문책론'으로 급하게 봉합했지만, 발언에 나선 의원 15명 중 7명이 홍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72석 거대여당의 원내사령탑 홍준표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손상된 것. 그러나 이러한 사퇴압박은 여야 추경안 합의로 사뭇 달라진 상황을 연출했다.18일 국회에서 다시 열린 의원총회에서 홍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한 친이계 의원들은 16일 의총 때 기세보단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습이었다. 추경안 처리 후, 정기국회에서 국정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소모전보다 당내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 셈. '홍준표 사퇴'를 강하게 주장한 초선 김용태 의원은 이날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추경안을 무사히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추경안 처리 후, 홍 원내대표의 거취 표명이 있어야 우리가 말을 하는 게 순서다.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이재오계 진수희 의원 역시 "공은 이미 홍 원내대표에게 넘어간 상황 아니냐. 홍 원내대표가 결정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가 계속 '나가라'고 말하기도 그렇지 않느냐"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 사퇴를 둘러싸고 여론은 '유임'이 약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17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홍준표 거취'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사임 반대 의견이 33.3%로 찬성 의견 30.2%보다 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7%p)이날 의총에서는 홍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의총 시간이 본회의 직전 30분으로 짧았고,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제주 민생탐방에 나섰기 때문에 홍 원내대표 문제를 논의할 시간이 촉박했던 이유도 있었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도 거취문제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홍 원내대표 사퇴시, 친박 측에서 후임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 반론도 슬슬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날 아침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탕평이라는 말은 듣기에 좋지만 소수파의 친박 의원이 (원내대표를) 하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허 최고위원은 "각종 개혁 등 본질적 사안을 앞에 두고 지휘부를 바꾸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당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추경안도 합의됐으니 홍 원내대표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유임 쪽에 힘을 실었다. 원내대표 교체때 후임으로 거론되는 정의화 의원도 "국정감사, 민생개혁입법 등 처리를 앞둔 상황에서 원내 최고사령탑이 도중하차하는 것은 가급적 피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