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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정치에 개입 않겠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토론 사이트를 띄웠다. 18일 낮 12시에 개통된 이 사이트의 명칭은 '민주주의 2.0'(www.democracy2.kr).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기획했다. 토론에 직접 참여하진 않지만 '노공이산'이란 아이디로 사이트 운영 개선 등의 의견 제시는 할 것이라고 한다.
전직 대통령이 직접 기획하고 관리하는 토론 사이트인 만큼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 마다 여론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높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 측의 "순수한 뜻"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친노 진영의 정치세력화가 될 것이란 전망과 친노진영의 사이버 거점이 될 것이란 관측에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정치토론장이므로 민감한 정치 이슈와 정책에 대한 논쟁이 붙을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폭발력이 클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있다.
이날 노 전 대통령은 글을 올렸다. 그는 '자유로운 대화, 깊이있는 대화를 기대하며'란 제목의 글에는 사이트 개통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미디어도 많이 있고, 인터넷 세계에도 많은 의견과 주장이 넘치고 있지만 기존의 미디어 세계는 한쪽의 목소리가 너무 커 균형있는 소통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언론환경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불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재임 기간 내내 언론과 대립각을 세웠던 노 전 대통령이므로 미디어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그의 주장은 전직 대통령이란 영향력을 통해 미디어 환경을 바꿔보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전직 대통령의 토론 사이트인 만큼 개통 첫날 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낮 12시에 개통을 했는데 5시간 만에 440여건의 가입글이 올라왔고, 토론글도 34건이나 게재됐다. 토론글마다 조회수가 많게는 1만여건, 적게는 100여건 임을 감안하면 방문자수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여기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 인지도 높은 친노 진영 인사들이 민감한 정치적 이슈 관련 글을 올릴 경우 친노는 물론 진보진영의 움직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유롭게 대화하되, 깊이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는 시민공간을 만들어보자"는 노 전 대통령의 취지와 달리 토론 내용의 다양성은 개통 첫날 임을 감안해도 미흡하다는 평이다. 토론마당에 올라온 토론 주제 중 일부 글들은 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난 내용이 주를 이뤘고, 한나라당을 비꼴 때 사용되는 단어인 '딴나라당'을 빗대 가입자명을 '딴나라당원'으로 만들어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경상도는 지역감정의 뚜껑을 열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원색적으로 현 정권과 지지층이라 할 수 있는 경상도민을 비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