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어린이 기자단을 선발하고, 어린이 전용 인터넷 신문 발행합니다. 그러나 이 소식은 인터넷 신문이 아닌 조간 신문을 통해 먼저 보셔야합니다"

    청와대는 18일 오후 '청와대 어린이 기자단'을 선착순 1000명 모집해 12월부터 인터넷 신문을 발행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19일 조간 이후 보도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어린이 인터넷 신문 기자단을 뽑겠다면서 조간 신문이 보도한 이후 혹은 그 시점에 맞춰 인터넷 신문을 포함한 나머지 언론이 나서달라는 뜻이다.

    어린이 기자단 안을 낸 주무 부서는 촛불시위로 '뜨거운' 맛을 본 청와대가 인터넷 소통을 전담하겠다며 지난 6월 신설한 국민소통비서관실이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 홈페이지 공고개시 시점을 19일 새벽으로 정한 데다 선착순 모집이기 때문에 부득이했다"며 "조간 이후 보도해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요즘, 대부분 엠바고(보도 시점 합의)는 '12시 이후' '18시부터' 등 구체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과거 '조·석간 엠바고'에 익숙할 관료들의 습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실시간 뉴스가 분·초를 다투며 쏟아지는 때 '조간 이후' '석간 이후'와 같은 제한이 얼마나 많은 동의를 구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일부 언론에서 문제를 지적하자 청와대는 보도 시점을 "19일 조간 이후"에서 "19일 06시 이후"로 조정했다. 통상 '조간 이후'라면 전날 정오가 보도 시점이 되는 것이 관례지만 청와대는 이조차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대부분 언론은 18일 오후 기사를 송고했고, 청와대의 '의도(?)'와 달리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관련 기사가 즉시 게재됐다.

    청와대가 어린이들에게 국정운영 현장을 체험하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어린이 기자단'을 운영하겠다는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먼저 알려지면 안된다고 여긴 진짜 이유가 뭘까. 18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친노사이트 '민주주의 2.0'을 개통하고 시민과 폭넓게 대화해 보자며 나선 날이다. 이명박 청와대의 인터넷 마인드 현 주소를 보여주는 단면같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