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2일 사설 <한국근현대사 교육, 균형 잡힌 건전한 상식에 입각해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좌편향 고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근현대사를 가르치는 학교의 절반이 채택하고 있는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바로 문제의 근원이다. 이 교과서는 광복 후 미군정에 대해서 "일장기 대신 올라간 것은 태극기가 아니었다. 일장기가 걸려 있던 그 자리에 펄럭이는 것은 이제 성조기였다"고 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벗긴 미국이나 식민 지배의 장본인인 일본이나 자주독립을 가로막는 점령군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좌파들의 상투적 외세론을 학생들에게 우회적으로 주입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초판에 나오는 미군·미국에 대한 표현 167곳 중 164곳이 미국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건국의 바탕이 된 5·10 제헌의회 선거는 "통일정부 건설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과 여러 정치세력들의 반대 속에서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위해 실시됐다"고 썼다. 48개 정당이 참여하고 투표율 95.5%였던 선거가 국민의 뜻에 반대됐다는 것이다. 반면 김일성은 "사회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이념적 명분을 갖고 있었으며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고 했다.

    6·25 전쟁 중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는 "전쟁이 일어난 직후 남한에서는 보도연맹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처형이 있었고, 경남 거창과 충북 영동의 노근리 등 여러 곳에서 주민들이 적으로 몰려 죽임을 당했다. 후퇴하는 북한군도 대전 등지에서 많은 주민을 죽였다"고 했다. 국군 부분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인민군에 의한 학살은 '대전 등지'라는 표현으로 은근슬쩍 넘어가 버린 것이다.

    이 교과서는 초판에서 남한의 새마을운동이 "박정희 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다"면서, 북한 천리마운동은 "대중의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 시행됐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썼다. 2003년에 처음 나온 이 책은 친북·반미라는 비판이 일자 지난해 내용이 일부 수정됐지만 기본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의 아들딸에게 이런 교과서로 우리 근현대사를 가르쳐 왔으니, 그 아이들의 머릿속에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지 미루어 짐작이 가는 일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고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6가지 가운데 균형 잡힌 시각으로 서술한 책이 일선 고교에서 교재로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학교운영위원회총연합회도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각 학교에서 '현대사 새로 알기' 특강을 할 예정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시대착오적 좌편향 역사교육을 바로잡자는 움직임이 일제 통치 덕분으로 우리 민족의 경제성장이 촉진되고 근대문명을 학습하게 됐다는 식의 또 다른 편향으로 흐르는 것 역시 크게 경계할 일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을 기르는 한국근현대사 교육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균형 잡힌 역사 교육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