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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고흥길, 이하 문방위)에서 '배지국회'가 다시 논란이 됐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를 위한 전체회의 때와 마찬가지로 낙하산 문양에 빨간 줄이 쳐있는 'YTN 낙하산 인사 반대 배지'를 패용하고 회의장에 들어섰다. 한나라당은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측 문방위원 8명 전원이 '낙하산 인사반대 배지'를 착용한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전원 퇴장했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이러한 행동에 유감을 표시하며 '의사진행에 방해되니 배지를 떼달라'고 요구했고, 민주당은 '배지가 어떻게 의사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냐'고 맞받아치며 대립각을 세웠다.
회의가 시작되자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배지는 의사표현이 봉쇄된 사람이 부득이하게 다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은 회의장에서 발언권이 보장돼 있는 만큼 배지가 아닌 발언으로 의사표현을 해달라. 시위문화를 국회 안으로 들고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는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라고 항의했다. 같은 당 안형환 의원도 "민주당 의원들은 배지를 달고 있는 것이 의사진행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맞은편에 앉아있는 우리 눈에는 배지가 매우 눈에 거슬린다"며 "내 맞은편 민주당 장세환 의원의 미소보다 배지가 먼저 눈에 들어올 정도"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강승규 의원은 "민주당은 배지에 별 의미가 없다고하는데 그런 논리라면 한나라당이 과거 정부의 낙하산 인사부터 철수시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나 피켓을 들고 나와도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자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민주당 의원 개개인이 자율의지로 패용한 배지가 회의 진행에 어떻게 방해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맞섰다. 같은 당 조영택 의원은 "배지가 특정 개인을 비방하는 것도 아니고, 한나라당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의사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냐"면서 "상대방의 복장이나 행동, 소지품 등이 거슬린다고 의사진행 방해를 주장하며 법 위반을 말한다면 어떻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천정배 의원은 "낙하산 금지 배지는 개인의 양심과 사상을 평화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이는 국회 의사규칙보다 우선한다"면서 "만약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 간사가 배지를 떼라고 해도 뗄 생각이 없다"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무소속 송훈석 의원은 "4년만에 국회에 돌아왔는데 변한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갑자기 '배지국회'로 전락해서 웃음거리가 됐다. (배지를)단쪽이나 문제삼는 쪽 모두 문제"라고 질타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배지를 떼는 게 낫지만 당장 떼는 것은 모욕감을 줄 수 있으니 지금은 그대로 회의를 하고 오후에 개회할 때는 배지를 떼고 입장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약 90분 넘게 '배지국회' 설전이 이어지자 고흥길 위원장은 "이 문제로 공방을 계속하면 한나라당은 지난 8일 회의 때처럼 퇴장할 것이고, 민주당은 항의할 테니 여야 간사 간 타결이 필요하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