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9일 국민 앞에 섰다. 어느 정권 보다 높은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출발한 이명박 정부였는데 그만큼 실망도 빨랐다. 집권 초반 유례없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무엇보다 '경제대통령'이란 슬로건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이 대통령인데 경제가 악화되고 특히 서민경제가 어려어지면서 민심이 쉽게 돌아섰다는 평이 많다. 더구나 미국산 쇠고기 논란 부터 최근 종교편향 문제까지 집권 초반 정권의 발목을 잡는 이슈들이 집중된 탓도 크다는 분석이다. 취임 6개월 만에 국민 앞에선 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했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오해를 살 발언을 해 비판세력으로 부터 "오만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6개월에 대한 자신의 평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와 내 평가는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밤 10시 부터 100분간 TV로 생중계 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 대통령은 지난 6개월에 대한 평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난 6개월에 대한 평가에 있어 너무 자화자찬 한다는 평가가 많고 얼마전 청와대에서는 경제에 관해 '이정도면 선방한 게 아니냐'고도 했다. 또 기획재정부의 자료를 보면 성과는 나열하는데 정책실패나 혼선은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경제지표가 최악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판단이 민심과 거리가 있는게 아닌가"라는 시사평론가 유창선씨의 질문을 받고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 6개월에 대한 평을 묻는 첫 질문에 자세를 낮췄다.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국민들이 답답한 일이 많았다"고 인정했고,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동시에 나왔다"고 하소연도 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조금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서둘렀던 점이 없지 않았고, (국민들은 정부가) 국민을 이해하는 데 매우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기대가 원채 커 실망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지난 6개월 다소 미흡했던 점을 시인했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위축됐던 이 대통령은 최근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세제개편안을 냈고, 각종 민생정책들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데 이를 두고 야당과 비판 세력은 '과거 실책에 대한 반성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고 지적한다. 이런 비판은 결국 지난 6개월간 정부 실책을 이 대통령이 인정하지 않는다는 비난으로 귀결되는데 이 대통령은 손사래를 쳤다. 이 대통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 뜻하지 않았던 쇠고기 파동이나, 국제경제 환경이 급속히 악화되는 상황에 우리만 어려운 게 아니라 세계 어느나라 할 것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한 뒤 "우리가 이런 변화에 순조롭게 잘 적응했다고 평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개월은 국민의 평가나 내 평가나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에서도 "경제를 살려달라고 대통령 뽑아줬더니 경제가 언제 나아질런지 하는 국민들의 한숨 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심정 누구보다 잘 안다"며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