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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를 향해 연일 '폭탄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번엔 한나라당의 18대 국회의원 공천결과에 까지 불만을 쏟으며 공격 범위를 넓히고 수위는 더 높였다.
김 지사는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한나라당은 18대 총선 공천에서 예상을 넘는 공천 물갈이를 단행했다. 영남권에 댄 공천의 칼은 워낙 깊어 후폭풍이 어느 때 보다 컸다.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를 외치며 정부·여당과 껄끄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김 지사가 민감한 여당의 공천문제를 다시 꺼내 양측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의 7·3 전당대회 때도 민감한 이슈였던 여당의 수장 박희태 대표의 공천 탈락 문제를 김 지사가 다시 꺼낸 점은 여권 내 갈등을 촉발시킬 개연성이 크다. 김 지사는 8일 보도된 조선일보의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이명박 정부가 집권 초 흔들리는 이유를 묻자 곧바로 "인사에 문제가 많았다"며 인사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18대 한나라당 공천문제를 꺼냈다. "18대 총선 공천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 김 지사는 "정부 인사에 사적인 관계가 개입되면 큰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아진다"면서 "그런 부분을 배려하지 않으니 말썽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인사문제에 대해 "대통령께 직언도 몇 번 드렸다"고 말했다. 책임의 소재가 이 대통령에게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인사문제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달라'는 요구에 김 지사는 바로 박희태 대표의 공천 탈락을 문제삼았다. 김 지사는 "박 대표에게 공천을 주지 않은 것은 잘못이었다"며 한나라당 공천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박 대표는 인품, 경력, 인간관계 모두 훌륭한 분이다. 법률적으로 하자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며 "공천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었다면 왜 대표를 시켰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소수 정당도 아닌데 원내대표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거듭 불만을 쏟았다.
정부의 '선(先)지방발전, 후(後)수도권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지역발전 추진전략에 대해서도 더욱 날을 세웠다. "나는 감옥에 가더라도 할 말은 하고 산다"며 여권의 비판에 맞대응 했다. '연일 공격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에서 자제요청을 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는 "(내 발언은) 공격이 아니라 충언이다"고 받아쳤다.
김 지사는 "이명박 정부 성공의 지름길은 수도권 규제 완화"라고 거듭 강조했고 정치권에서 제기된 '행정구역 개편'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혀를 찼다. 그는 "도를 없애겠다는 얘기인데 중국, 일본, 미국을 비롯해 모두 광역행정을 담당하는 도나 주와 같은 행정조직이 있다"며 "지방자치를 한다면서 점점 중앙집권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 조정기능을 하는 도를 없애고 시·군의 버스 노선까지 중앙정부가 정하겠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경기도가 어렵다고 하지만 지방은 더 어려운 상황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지사는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산다. 그런데 경기도 주민 중 85% 이상이 지방 출신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상생 관계에 있다. '저 사람을 묶어버리면 내가 잘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공산당적인 생각"이라며 "중국 공산당도 하지 않는 하향 평준화 정책에 우리가 맛을 들였다. 바로 지난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 탓"이라고 답했다.
서울상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으로 제적된 후 노동운동에 투신한 골수 좌파였던 김 지사는 자신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에 분배가 가장 잘 이뤄졌다'고 평가한 것을 "박정희 시대에는 분배가 다른 나라, 후진국의 발전 과정에 비해 잘 이뤄졌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는 또 "나는 젊은 시절에는 박 전 대통령 정책에 반기를 들었지만 많은 세월을 보내고 나니 그 당시 내 생각이 많이 모자랐다는 것을 깨우치게 됐다"고 술회했다. 지난달 29일 그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빈부격차를 막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 게 맞다"며 "통계를 보면 의외로 지니계수(소득 분포의 불평등도를 측정하기 위한 계수) 등이 높지 않았다. 그때는 못 배운 사람도 밥 장사를 하건, 철물점을 하건 열심히만 하면 돈을 벌었고, 건강한 몸과 근면만 있으면 살 수 있는 길이 많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좋은 교육을 받아서 의사 되고 변호사 되고 그 길뿐이다.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