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22일 사설 '경기도 지사의 입을 막지 말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정부 여당이 수도권 규제를 따지는 김문수 경기지사 때리기에 나섰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발언이 상궤를 넘는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일 청와대를 조준해 대립각을 세우는 김 지사에 대한 반격이다. 김 지사는 지난주부터 “공산당도 안 하는 수도권 규제를 하고 있다”며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 여당의 불편한 심기는 이해할 수 있다. 김 지사가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의 기강을 내세워 김 지사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지역의 이해와 중앙정부의 정책이 충돌할 때 지자체장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외국에도 흔히 있는 일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인 로버트 얼리히 전 메릴랜드 주지사의 경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정면으로 맞섰다. 줄기세포 연구에 1500만 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것이다. 메릴랜드주를 떠받치는 바이오 산업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애당초 수도권 규제 완화의 대선 공약을 뒤집은 것은 정부 여당이다. 만약 김 지사가 반발하지 않고 침묵했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청와대와 여당의 결정에 모든 지자체장이 따라와야 한다는 발상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다.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하고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흐름과도 어긋난다. 지자체장들이 정부 여당의 하부조직원이나 다름없었던 군사정부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인가.

    도지사가 정부 여당에 반기를 드는 것은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평소에 청와대·한나라당·지방자치단체가 활발하게 소통했다면 이런 볼썽사나운 장면은 없었을 것이다. 김 지사도 지나친 표현으로 쓸데없는 마찰까지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다. 하지만 청와대나 한나라당이 김 지사의 입을 틀어막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중요한 일이다. 더 치열하게, 더 공개적으로 토론해야 한다. 그것이 여권 내부의 소통을 넓히고 지방자치제도를 보다 탄탄하게 뿌리내리는 길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