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9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컴퓨터망(e지원 시스템)에 있는 자료를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의혹이 심각하게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이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제작해 모든 자료를 옮겼으며 이 시스템을 봉하마을 사저에서 가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자료에는 북핵 문서 같은 국가기밀과 인사파일도 들어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봉하마을 측은 결과 발표 전 전임 대통령에게는 법적으로 재임 중 기록에 대한 열람권이 보장되어 있는데 퇴임 당시 국가기록원 측이 향후 약 1년간은 열람서비스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사본을 가지고 나왔을 뿐이라고 반박했었다.

    법은 대통령 기록물이 국가 소유라고 규정한다. 어떤 이유에서건 노 전 대통령이 국가 소유 자료를 사저로 반출한 것은 불법이다. 더군다나 별도의 e지원 시스템을 이용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반출이 매우 의도적이며 치밀하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관계당국은 즉각 조사에 착수해 진상을 밝히고 법적 책임문제를 규명해야 한다. 청와대와 국가기록원은 그동안 노 전 대통령에게 자료의 반환을 요청했으나 노 전 대통령은 거절했다고 한다. 자료는 물론 회수돼야 하지만 이는 그 정도로 그칠 일이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법을 얼마나 어겼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하는지 분명히 정리되어야 한다. 그래야 향후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은 법에 따라 재임 시 만들어진 자료를 열람할 권리가 있다. 회고록 같은 분야에 그런 자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봉하마을의 주장대로 국가기록원이 기술적으로 1년간 열람서비스가 어렵다고 했으면 1년을 기다리든지 아니면 현 정권과 협의해 적절한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노 전 대통령이 법을 어기면서까지 비밀 문건을 포함한 자료를 유출해 갔다면 이는 위법이며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이는 정치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나 비밀 문건에 대한 관리를 하는 국정원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