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0 민주항쟁 21주년인 1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반대하는 대규모 촛불시위가 열린 가운데 이에 맞서 근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선진화국민회의 국민행동운동본부 등 10여개 보수 단체들이 '법질서 수호를 위한 국민대회'라는 맞불 집회를 열어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충돌이 우려됐다.

    이날 밤 9시 현재까지 커다란 충돌은 없었지만 보수단체 참가자들과 촛불시위자들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상황이었다. 경찰은 '진보'와 '보수' 세력 간 충돌을 막기 위해 서울광장 인근에 6개 중대 500여 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하지만 촛불시위 참가자들 일부가 보수단체 행사장으로 들어와 '2MB탄핵· 이명박 OUT', '부정부패와 결탁한 썩은 교회는 회개하라', '이명박 넌 뭐든지 하지마'라는 피켓을 흔들었고 이에 흥분한 보수단체 참가자들과 시비가 붙었다. 

    한 노인이 "정동영이 대통령 됐으면 너희들이 이랬겠어, 왜 이명박한테만 그래"라고 하자 촛불을 든 젊은 여학생은 "닥쳐라. 늙으려면 곱게 늙어라"고 험한 욕설을 퍼부었다. 

    또 '이명박 OUT '이라는 피켓을 든 한 중년 남성은 보수단체 집회를 보며 "삽질한다. 매국노들…이 새끼들, 다 총으로 쏴죽여버려야 한다"며 위협적인 말을 내뱉었다.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인 중년 여성이 "여기는 이명박을 옹호하는 자린데 당신들이 왜 촛불을 들고 우리 집회에 왔느냐"고 따졌고, 촛불시위 참가자인 한 남성은 "내발로 걸어들어 왔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냐"며 주먹을 휘두르려하자 경찰이 나서서 이를 저지했다. 시위 현장 곳곳에서는 이와 비슷한 실랑이가 줄을 이었다.

    이날 보수단체인 'FTA비준촉구 결의대회'는 구국기도회를 열고 10개 팀으로 이뤄진 성가대가 무대로 나와 찬송가를 불렀다. 촛불을 들고 보수단체 집회 현장으로 온 한 남성은 이를 보고 "교회가 정치적으로 너무 나서면 별로 좋지 못하다"면서 "저건 믿음을 팔아먹는거야"라고 비난했다. 뉴라이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졸속 협상이라는 것은 우리도 인정한다. 그러나 친북 좌파가 선량한 국민들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친북 좌파가 대선 패베에 대한 보복을 촛불시위라는 것으로 악용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서울에만 221개 중대 2만여 명, 전국 주요 도시에 71개 중대, 1만여 명 등 모두 3만여 명에 달하는 경찰력을 투입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14개 차로를 컨테이너 박스를 동원해 모두 막고 청와대로 통하는 길목을 완전히 차단했다. 촛불시위는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동시 다발적으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