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좀 펴라'
    "얼굴이 굳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에게 계속 쓴소리를 하니… 그런데 안 할 수가 없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8일 고 박경리 선생 영결식에서 만난 지인과 나눈 대화다. 손 대표는 9일 회의에서 짧은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회의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두고 이명박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손 대표는 단단히 화가 났다.

    이날 회의에서 손 대표는 모든 공격의 초점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집중했다.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다. 손 대표는 "대통령은 진중해야 한다. 경박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은 뒤 "도무지 쇠고기 협상에 대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논란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사람들이라 얘기할 때인가"라고 따진 뒤 "학생들 촛불시위를 어떻게 막을지 생각말고 왜 학생들, 주부들이 나오는지 생각해라"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국민이 건강에 갖는 관심은 미래사회에 대한 관심이다. 이 심정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이고 위험하면 안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 '수입업자가 장사가 안되면 안들여온다'는게 대통령이 할 소리냐"고 소리쳤다. 또 "대통령이 시장이냐, 대통령이 수입업자냐"라고 따진 뒤 "진지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주기 바란다"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전날 야 3당 원내대표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서도 손 대표는 "정운천이라는 개인 해임건의안일 아니라 이 대통령 자신에 대한 경고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명명백백히 드러났지만 협상이 졸속으로 별안간 이뤄진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은 뒤 "(협상이) 아무 진전이 없었는데 17일 자정 이 대통령이 숙소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새벽까지 2시간 회의하고 결정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도착 11시간 전에 협상 타결을 발표했는데 결국 이 대통령이 한 것이고 그것을 장관이 몽땅 뒤집어 썼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이어 "이 대통령이 수입중지를 직접 말했는데 정말 책임있는 발언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면서 "광우병이 나면 중지하겠다는데 그때는 이미 광우병 고기를 많이 먹은 뒤일 것이다. 잠복기간이 10년이 넘는다는데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더구나 이것이 국제법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고 했어야 하는데 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발언을 대통령이 할 수 있느냐"면서 "한미 양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서로 손 흔드는 것이 한미동맹이 아니다. 졸속 타결을 본 것 때문에 한국 국민의 미국에 대한 감정이 나빠지고 있다"고

    김효석 원내대표는 "어제 정부는 (쇠고기 협상) 고시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는데 전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안보인다. 고시가 행시, 사시 날짜가 아니지 않느냐"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임을 밝혔고 "쇠고기 협상은 위헌소지가 있다. 헌법 36조 국민건강권에 위배되고 국가간 합의에 국회동의를 얻도록 한 헌법 60조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가처분신청 후 위헌소송 제출 계획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