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통합민주당 의원과 한승수 국무총리가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에서 충돌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연일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맞부딪친 두 사람은 질문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4년 내내 '수비'만 하다 공격수로 바뀐 정 의원은 질문시작 부터 원색적인 용어를 내뱉으며 충돌을 유도했다. 정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이명박 정부를 향해 "부패정권을 넘어 국제도박을 서슴치 않는 범죄 정권임이 입증됐다"면서 "대국민 사기극을 즉각 중단하라"고 핏대를 올렸다.

    이명박 대통령도 비꼬았다. 정 의원은 "이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 부시 별장에 그렇게 가고 싶었나 보다"면서 "헬로, 오렌지 이런 영어 몇 마디 한 댓가로 국민의 건강 주권을 희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늘어놓았고 정부를 향해선 "도덕적으로 질이 매우 나쁜 사람들"이라고 쏘아붙였다. 정부는 광우병 우려에 대해 미국이 OIE(국제수역사무국)의 통제지휘를 받고 있음을 강조하는데 정 의원은 한 총리를 불러놓고 이를 빗대 "OIE가 이명박 정부의 신주단지 같습니다"라고 비아냥댔다.

    한 총리도 정 의원의 공격에 물러서지 않았다. 한 총리는 "OIE는 잘 알다시피 동물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국제수역사무국으로 이명박 정부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정 의원은 한 총리에게 "이 대통령을 대신해 공식 사과할 의항이 없느냐"고 따졌지만 한 총리는 "무엇을 사과하라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광우병 문제라면 오늘 아침 설명을 잘 했다"고 일축했다.

    인터넷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사실들이 유포되는 데 대해 정부·여당은 '괴담'이라 규정짓고 있는데 정 의원은 한 총리에게 "국민이 괴담에 속는 무식한 분들이냐"고 따지자 한 총리는 "사실과 다른 것들이 퍼지는 과정에서 사실을 알든모르든, 특히 어린 청소년들이 길거리에 나온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답했고 이에 정 의원이 "이 모든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다시 한 총리에게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한 총리는 "정 의원이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지만 정부는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맞섰다.

    정 의원은 다시 "네티즌은 국민이 아니냐"고 따졌지만 한 총리는 "왜곡된 사실을 믿고 정부 정책에 오해를 갖고 있는 분들은 오늘 담화를 통해 진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일축했고 "(국민)40명 중 1명이 석달도 안 된 이 대통령을 물러나라고 서명한다. 이래도 이 대통령 원래 성격대로 밀어붙일 것이냐"는 정 의원의 물음엔 "왜곡된 사실을 잘못 알고 의견을 낸 분도 있다"고 대응했다.

    정 의원은 재차 "이 지경인데도 밀어붙이느냐"며 몰아붙였는데 한 총리는 "이 지경이 아니라 광우병이 제일 문제인데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 수입중단 조치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못믿는다면, 사실이 아닌 것을 믿고 정부를 비판한다면 우리도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총리는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도 하고싶지 않고, 장관 고시도 에누리 없이 실시하겠다는 거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담화에서 두 번에 걸쳐 죄송하다고 했다. 특히 어린 청소년들이 길거리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왜 난들 마음이 안 아프겠느냐. 그러나 이 문제는 사실에 입각해 길거리에 나온 게 아니기에 설명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대정부 질문 내내 계속됐다. 정 의원은 영국의 광우병 발병 사례와 건수 등 구체적인 질문을 했는데 한 총리는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맞섰다. 그러자 정 의원은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마라"고 따졌고 한 총리는 "절대 어물쩍 안 넘어갔다"고 대응했다. 구체적 질문에 한 총리가 "글쎄 그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알지 모른다"고 답하자 정 의원은 "저 농림부 장관 안부를거거든요. 총리님이 계속 답변하세요"라며 몰아세웠고 한 총리는 "그렇게 하세요"라고 맞섰다.

    정 의원은 또 광우병이 걸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한 총리의 주장에 "어떤 조치로 그런 확신을 갖고 있느냐"고 따졌고 한 총리는 "그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고 하면 전문가들이 확인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참 순진하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됐다고 동네방네 떠들겠느냐"고 소리쳤고 한 총리는 "동네방네 떠들지 않더라도 미국에서도 위생관리를 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