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란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7일 국회 농해수위의 '미국산 쇠고기 개방 청문회'에서 야당의 공격거리로 활용됐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이 발언을 갖고 공격 한 통합민주당 조경태 의원의 질의에 진땀을 뺐고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해 의혹만 부풀렸다. 민주당 조 의원은 마이크를 잡자 마자 "내가 (장관 인사)청문회 때 농림부 장관 자격이 없다고 했다. 외교통상부 쪽에서 일해야 할 사람같이 보이는데 어떻게 농수산식품부 장관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느냐"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사퇴할 용의가 있느냐"고 따졌다.

    조 의원은 곧바로 이 대통령의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 발언을 꺼냈다. 그는 정 장관에게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가 있습니까? 그런 쇠고기 있으면 나한테 좀 주세요"라고 몰아붙였다. 정 장관이 답변을 머뭇거리자 조 의원은 다시 "있습니까 없습니까"하고 재차 물었다. 정 장관은 "선택에 따라 있을 수도 있고…"라며 말을 얼버무렸고 이에 조 의원은 "미국인들이 값싸고 질 좋은 30개월 이상 소를 먹고 있어요 없어요? 내가 물어보잖아요?"라고 소리쳤다.

    정 장관은 "그것은 선택에 따라서…"라며 이번에도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조 의원은 "선택에 따라서가 아니고 미국인들이 30개월 이상 된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고 있어요 없어요?"라고 재차 물은 뒤 "증인으로 나온 여러분들 오늘 이 자리 끝나고 나서 다 사표 내세요"라며 코너로 몰았다. 정 장관이 "값싸고 질 좋은 것은 개인의 판단 문제라고 본다"고 하자 조 의원은 "저한테 내놔봐요. 미국인들이 그 고기를 먹고 있어요?"라고 따졌고 정 장관은 "저는 먹고 있을 거라 봅니다"라며 막연한 답변만 내놨다.

    조 의원은 "답변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장관을 해요. 미국인들이 20개월 이하 쇠고기를 90% 이상 먹고 있는데…"라고 하자 정 장관은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고 조 의원은 "그런 것도 파악 못하는 사람이 무슨 농수산부 장관을 하고 있느냐. 그런 내용도 파악하지 못하는데 장관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청문회에선 2007년 9월 농림부가 작성한 '미국산 쇠고기 관련 내부 문건'도 도마위에 올랐다. 조 의원은 "2007년 9월 21일 미국측과의 협상 대응논리를 위한 (농림부의) 전문가 회의 자료가 있다. 살펴봤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이 "포괄적으로 보고…"라며 머뭇거리자 조 의원은 "살펴봤느냐"고 재차 물었고 정 장관이 "일일이 보진 못했다"고 답하자 조 의원은 "그것도 살펴보지 못하고 장관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어 농림부에서 OIE(국제수역사무국)으로 보낸 2007년 4월 9일자 의견서를 제시하며 "이게 농림부에서 나온 자료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OIE에 보낸 의견서인데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정 장관은 "일일이 다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에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그래서 장관 자격이 있느냐"고 거듭 따졌다. 조 의원은 이 자료가 농림부 전체 의견이란 답변을 출석한 증인에게 확인한 뒤 "이 자료는 농림부가 OIE 사무국 총장에게 보낸 것인데 내용을 보면 '미국과 캐나다의 방역조치 중 일부는 OIE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면서 "이처럼 농림부에서 얘기했듯 2007년 농림부에서 낸 의견서와 2008년의 농림부 대응논리가 완전 정반대다"고 주장한 뒤 "여기에 대해서 여러분들은 책임을 지고 다 물어나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에 정 장관이 "작년 4월에는 미국이 위험통제국가가 되기 전이고 이후에는 국제기준에 맞춰서 했다"고 했는데 조 의원은 "제가 장관 말씀에 반박하겠다"면서 "이 자료는 작년 9월 농림부 자료인데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문건을 만들었고 미국의 광우병 통제체계도 완전하지 못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농수산부 장관으로 적절치 않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고 당장 사퇴를 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여기 있는 농림부 관계자들도 자기 양심을 다 속였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