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23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탈북 시인 장진성 씨가 19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에 시달린 북한 주민의 참상을 시(詩)로 엮어 펴냈다. 시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는 이렇게 이어진다. ‘…한 군인이 백 원을 쥐여주자/그 돈 들고 어디론가 뛰어가던 그 여인은//그는 어머니였다/딸을 판 백 원으로/밀가루빵 사 들고 어둥지둥 달려와/이별하는 딸애의 입술에 넣어주며/용서해라! 통곡하던 그 여인은…’ 정호승 시인의 표현대로 장 씨의 책은 ‘시집이 아니라 통곡’이다.

    세계적인 곡물가격 폭등 속에 북한이 또 극심한 식량 부족에 허덕일 것으로 우려돼 장 씨의 시는 우리의 가슴을 더 무겁게 한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10여 년 전 대량 아사(餓死)의 참극이 북에서 되풀이되지 않게 해 달라고 빌고 있다고 한다.

    장 씨의 시는 2006년 탈북자 김은주 씨가 탈북자동지회에 보낸 수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김 씨는 기아로 아내와 딸을 잃은 북한군 장교(중위)의 목격담을 절절히 그려냈다. 이 장교는 시장에서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라는 글이 적힌 종이를 목에 건 여인과 마주친다. 병으로 죽어가는 여인이 딸을 먹여 살릴 길이 없어 차라리 팔기라도 하겠다고 나온 것이다. 당시 북한 돈 백 원으로는 쌀 2kg 정도를 살 수 있었다. 죽은 아내와 딸의 모습이 아른거려 백 원을 주고 아이를 넘겨받은 장교는 그 여인이 빵을 사가지고 되돌아와 딸에게 먹이는 모습에 다시 가슴이 무너진다.

    1994년에 시작돼 99년까지 지속된 북의 식량난으로 많은 주민이 굶어죽었다. 그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 씨의 수기를 읽은 누리꾼들은 “차라리 조작된 글이었으면 좋겠다”며 참담해하지만 더 끔찍한 사례도 많다.

    그런데도 이 땅의 이른바 친북좌파는 침묵하고 있다. 주민들을 굶겨 죽이는 것보다 더한 인권유린은 없는데도 인권을 얘기하면 남북 대결을 부추기는 반(反)민족, 반통일 세력이라고 한다. 언제쯤이나 그 위선에서 벗어나 딸을 판 어머니의 고통을 함께 느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