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와 같은 상설대화기구를 포함한 고위급 외교채널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포스트(WP)와 인터뷰를 가진 자리에서 "연락사무소 대표는 양측이 협의할 사안이긴 하지만 최고책임자에게 말을 직접 전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WP는 미국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정부 시절부터 한국 정부에 이 같은 조치를 촉구해 왔으나 한국 대통령이 이를 공식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WP의 도널드 그레이엄 회장으로부터 대북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질문받고 "취임 후 50일이 지난 시점에서 북한은 남한의 과거 10년간 정권과는 다른 새로운 정권과 접촉하고 조정하는 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정기간 동안 다소 대화가 끊겨있을 수 있고 서로에게 강경해질 수 있지만 이 시기에 남한이나 북한이나 새로운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방식으로는 안되기 때문에 북한에 처음으로 상설적인 대화를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제안과 관련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갑자기 나온 제안이 아니라 그동안 나름대로 밝혔던 (대북정책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며 "남북간의 대화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고 서로 진정성을 갖고 내실있는 실질적 진전이 있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배경 설명을 했다. 이 대변인은 "형식적 기구가 아닌 실질적 상시기구가 되기위해 최고 지도자들과도 수시로 연락이 되는, 의사가 통하는 그런 인선을 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 식량위기 도래설'에 대해 "본격적인 경제협력 문제는 비핵화 진전과 연계되지만 북한 주민들의 식량 위기는 인도적 지원이 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경제협력과 구분돼야 한다"면서 "식량지원은 인도적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대북 경협 4원칙으로 △ 비핵화 진전에 따른 단계적 지원 △ 경제적 타당성 △ 재정 부담 능력 △ 국민적 합의를 제시했다.

    최근 북한의 도발적 언동에 대해 이 대통령은 "새 정부를 파악하려는 시도이기도 했겠지만 4월9일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이었던 것으로 본다"면서 "과거 정권은 남북 관계를 6자회담을 통한 핵 해결보다 중요시 했지만 새 정부는 한반도 핵포기에 중점을 두고 6자회담 협상과 보조를 맞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북한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발언을 했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번에도 국민은 동요도 없고 선거결과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이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기 중 통일이 될 가능성이 있을 것 같냐'는 질문을 받고 이 대통령은 "진전이 있다고 하면 북한이 오해할 것이다. 그렇게 말할 수 없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이라는 것이 예정보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는 어느 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항상 준비를 해야한다. 그래서 국제관계도 항상 좋게 하고자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또 중국의 대북영향력 확대와 관한 지적에 "북한이 빠른 시간 내 갑자기 붕괴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북한 등 이웃나라와의 영토 문제에 매우 조심스러운 정책을 쓰기 때문에 쉽게 외국 영토를 점령한다든가 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향후 한미동맹에 대해 이 대통령은 "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해 나가기 위해 세계 인류 공통의 관심사에 참여해야 한다"면서 "테러와 대량 살상무기, 마약, 질병 등 공통관심사에 미국과 함께 참여하겠다"고 말했으며, 한미FTA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가 나쁘지만 동아시아가 성장하고 있으므로 FTA를 통해 미국은 동아시아 시장에 교두보를 만들 수 있다. 미국에도 경제적 효과 뿐 아니라 한미 동맹을 포괄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