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15일 야당대표 손학규 관련 기사가 우파 언론 이곳저곳에서 오랜만에 긍정적으로 다루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스스로가 정치백수의 길을 향해 달려가는 손학규의 모습을 다루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김제를 찾아 한 양계장에서 감염된 닭들을 살처분하다가 밖으로 나와 물을 마시고 있는 방역복 차림의 사진이 ‘연합뉴스’를 타고 독자들에 전해졌다. 그리고 소위 우파 언론이라는 신문과 방송사들이 일제히 김제 AI 지역을 찾은 손학규를 초점 삼아 기사화했다.

    지난 15일 가장 권위 있는 우파 인터넷 신문에 손학규 관련기사가 나왔다. 손학규에 대해 긍정적 기사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우파 인터넷 매체의 일반적 흐름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파 인터넷 언론 중에서 정론지로 유명한 어떤 매체가 -‘정치백수’ 손학규 “그래도 현장으로”- 라는 제하의 기사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그 기사의 일부를 발췌해 보면 속칭 손학규 대표 브랜드인 '100일 민심대장정‘의 연속선상에 서있는 현장을 찾는 손학규 관련기사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기사 내용 일부 발췌- 

    경기지사 퇴임 직후 그는 배낭을 메고 전국의 농·어촌과 탄광 등 곳곳을 돌며 서민과 함께 호흡했고 이를 통해 가장 먼저 자신의 정치색을 보수·진보의 이념에서 벗어난 실사구시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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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도 손대표의 현장 방문은 가장 빨랐다. 이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김제를 찾았지만 그의 방문은 현황청취를 위한 것으로 손대표의 행보와는 차이가 있다. 여당이며 제1당이 된 한나라당은 16일에야 피해 현장을 방문한다고 한다. 손대표가 처음 ‘민심대장정’을 나설 때 정치권에선 그의 이런 행보를 ‘정치행위’로 봤다.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손대표는 항상 현장을 찾는다. 지난 2월 숭례문 전소 때도 손대표는 현장에 있었다. 숭례문 2층 누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손대표는 ‘여의도에서 TV로 장면을 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달려갔다’ 고 했고 현장을 지켜보면서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냉동 창고 신축공사장에서 4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코리아2000’화재 참사 때도 그는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건 발생10시간 뒤였고 시간은 새벽2시였다. 손대표는 다음날에도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최악의 기름 유출사건인 ‘태안기름띠 유출’ 사고 때도 그랬다. 수차례 방문해 손수 돌에 낀 기름을 닦았고 봉사 뒤에는 꼭 다시 현장을 방문해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장례식에도 참석한다. 대구 지하철 참사 5주기 때도 손대표는 가장 먼저 현장을 방문했다. 손대표에게 지난 1년은 정치적 굴곡이 심한 한해였다. ‘철새’라는 비아냥과 꼬리표가 평생 따라 다닐 것을 알면서도 한나라당 탈당이란 위험을 감수했고 스스로도 ‘질줄 몰랐다’ 고 말한 대통령 부호경선에서도 탈락하는 쓴맛도 봤다. 대선 참패 뒤에 당을 맡았고 쉬운 길을 두고도 이명박대통령의 텃밭 서울의 한복판 종로에 출마해 결국 낙선했다. 종로 출마 이유를 손대표는 “승패를 떠나 맨 앞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는 야당대표의 모습을 국민들이 보고 싶어하기 때문” (2일 관훈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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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7월 다시 당권을 잡고 자당의 차기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도 있지만 손대표는 이 기회 마져 버렸다. 다시 ‘정치백수’가 될 처지인 씁쓸한 상황인데 손대표는 총선 뒤 곧 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도 가장 빨랐고 의례적인 방문이 아닌 방역복을 입고 살 처분 작업을 거들었다. 자신의 행동에 진정성을 보이는 일은 쉽지 않다. 정치불신이 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정치인의 경우는 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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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이 우파 인터넷 언론 매체에서 시선을 끌었던 손학규 관련기사다.

    머지않아 정치백수의 길을 떠날 손학규 대표의 독창적 브랜드는 뭐니뭐니 해도 ‘100일’ 민심대장정이다. 경기도지사를 퇴임하고 바로 그날 그길로 배낭을 메고 전국의 농·어촌과 광산촌을 돌면서 ‘서민’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서 호흡했던 손학규의 모습은 그가 항상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대로 ‘실사구시’의 길을 지향했던 바로 그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보수우파들에 의해 그토록 두들겨 맞고 좌파라고 비판받은 손학규는 결코 좌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떠나서 좌파인사들이 우글거리는 소굴 속으로 용감히도 걸어갔다. 손학규는 확실한 우파이며 확실한 개혁주의자다.

    과거 대학 학창시절 전력으로 보건데 손학규보다 더 좌파적이었고 수십배 아니 수천배 더 붉으스럼한 인사들이 한나라당에 숱하게 많다면 많다. 손학규는 개혁 성향이 높은 확실한 보수 우파다. 손학규는 확실한 자유시장경제주의자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독 일부 인사들과 일부 우파 매체들이 손학규를 좌파로 내몰아쳤다. 그리고 지금도 악의적으로 극소수 일부 매체가 그를 내몰아치고 있다. 손학규에게 숱한 인격적 모욕을 가해가면서….

    이제 손학규는 국회의원도 낙선하고 당권도 스스로 포기했다. 그는 그가 원했던 아름다운 백수의 길로 떠날 모양이다.

    국회의원도 떨어지고, 당권에 도전하지도 않겠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현실 정치 시스템에서 홀연히 떠나 ‘정치백수’가 될 손학규가 지난 15일 ‘김제’ 조류독감 현장을 찾아 팔을 걷어 부치고 자원봉사에 나선 것이다. 사실상 ‘조류독감지역’을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 13일이었다. 첫 방문지에서 김제시 관계자로부터 ‘방역과 살처분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그는 제2의 민심 장정에 나서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손학규의 현장 방문은 곧 바로 살처분 현장투입 바로 그것이었다. 손학규가 경기도지사 퇴임하는 바로 그 길로 배낭 메고 ‘100일 민심장정’ 나설 때만 해도 정치권에서는 두 가지 시각이 설왕설래하였다. 첫째는 민심장정이 곧 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요식적 정치행위고 ‘쇼’다 라는 것과 둘째는 ‘100일간이나 농촌, 어촌, 광산촌 등을 어떻게 중노동하면서 어려운 현장 생활을 견뎌낼 수 있겠느냐 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극복했다. 손학규가 현장을 찾아가는 ‘민심장정’은 머지않아 진정성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그의 민심장정은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대표로서 편하게 당선될 수 있는 하고 많은 지역이나 비례대표를 놓아두고, 그토록 당선이 불가능한 한나라당 텃밭인 ‘종로’에서 근소한 차로 예상된 낙선을 했다.

    과거 좌파 정권 하의 열린우리당 출신들이 우글거리고 그 후신들이 설쳐대는 바로 그 추락한 ‘당’을 통합시켜 그나마 81석을 얻어 낸 것은 절대적으로 손학규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민심의 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민주당에서 꽤나 설쳐댄다는 의원나리들이 81석을 받은 것은 민주당으로서 실패라고 말하면서 손학규 책임론을 부르짖고 있다. 주제 파악이 제대로 안된 사람들이 통합민주당에 꽤나 있는 모양이다. 단 몇 석도 얻기가 힘들었던 통합민주당을 손학규의 살신성인으로 81석을 만들어 놓고 나니 이제와서 책임 운운하는 자들의 모습에서 통합민주당의 암울한 미래를 느낀다. 그래가지고 통합민주당이 민심을 제대로 알아차릴수 있는 능력이나 갖추고 있는 정당인지 저윽히 의심스럽다.

    정치백수의 길을 떠나는 손학규는 그래도 민심의 현장속에서 그가 겪은 정치역정을 한 폭의 자화상으로 아름답게 채색할 것이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