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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총선 이후 한나라당 내 소장파가 '신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거물급 인사들이 공천 과정과 총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리되면서 개혁 성향의 젊은 의원들이 주목된다. 이번 총선에서 새로운 인물이 대거 국회에 입성,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으로 대표되던 당내 소장파는 양적으로도 팽창하게 됐다. 향후 당권 경쟁에서 나타날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진다.
소장파 리더격인 남경필 의원과 원희룡 의원이 우선 눈에 띈다. 남 의원은 4선에, 원 의원은 3선에 각각 성공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 공천 논란과 친박 탈당파의 복당문제 등 최근 당내 현안에 입장차를 보이면서 각자 '큰 꿈'을 향한 발걸음을 뗐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또 이 대통령의 '복심' 정두언 의원이 움직일 경우 그 영향력은 당 전체에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총선을 통해 영남권 정당에서 수도권 정당으로 탈바꿈한 것은 '친이 쿠데타' 한 가운데 있었던 정 의원에게 더욱 힘을 실어준다. 친이 진영에서도 정 의원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남경필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친이 쿠데타'를 촉발시켰다. 또 "한나라당의 국정 동반자는 친박연대가 아니라 야당인 통합민주당"이라며 "복당 논란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친박'과 분명한 선을 긋고 나섰다. 이재오 이방호 의원 등 친이계 '대부'들이 빠진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경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공개지지했던 남 의원은 당권도전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뜻을 밝히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현장경제정치'를 내세우며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원 의원은 15일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를 파악하러 전남 나주, 영암 지역을 찾으며 "앞으로의 정치는 현장 경제 정치가 돼야 한다"며 "책상머리에서 보고문서나 신문을 보고 판단하기 보다는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원인을 캐고, 문제해결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의 불출마 논란과 관련해 원 의원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고 반대했고 친박 진영에 대해서는 "복당은 시기상조지만 정치적 동반자로서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아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정두언 의원이 '신주류'의 핵심리더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지만 새 정부의 내각인선 파동, '형님공천' 논란에서 적극적 비판을 가하면서 단순한 '측근'을 넘어서는 위치로 자리매김을 했다는 분석이다. 친이 진영 '실세'들이 줄줄이 낙마한 상황에서 정 의원은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안국포럼 출신의 백성운 정태근 강승규 조해진 권택기 이춘식 김영우 당선자 등 'MB파워그룹'이 정 의원을 뒷받침한다면 '주류 내 주류'로 올라설 기반은 더욱 튼튼해진다. 안국포럼 출신 당선자 일부는 14일 모처에서 만찬회동을 갖고 단합을 과시했다.
15일 전남 담양의 선친 묘소를 찾은 정 의원은 일부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에 대한 중장기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앙당의 현장감이 부족해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호남 지역의 현실과 괴리가 있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차기 대선, 총선 등을 보고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또 "누구라고 말은 못하지만 수도권에 와서 싸워도 될 분들이 지방에서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당선됐다. 이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지 않았다"며 당 중진급에게도 우회적인 비판을 가했다.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한다"며 당권 도전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지만 정 의원의 행보가 당내에 미칠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이밖에 소선거구제 도입 후 처음으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박진 의원의 부상도 관심을 끈다. 박 의원은 제 1야당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꺾으면서 정치적 입지를 분명히 넓혔다는 평가다. 4선 고지를 밟은 홍준표 의원의 당권 도전을 예상하는 시각도 많다. 홍 의원은 탈당 친박 진영의 '국정동반자' 주장에 "임기 두 달밖에 안 지난 대통령에게 '국정의 협력자'가 아니고 같이 놀자고 얘기하면 사실상 5년 동안 레임덕 상태에서 통치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