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회견의 내용은 한 마디로 ‘앙꼬없는 찐빵’격이다. 대통령이 과연 시대적 사명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만 키운 실망스러운 회견이다. 대통령의 시국인식이 이 정도라면 우리는 또 다시 긴 투쟁의 험난한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로 회견을 시작하였다. “국민들께서는 지난 대선에서 저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시켜주셨습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는 집권 여당에 과반 의석을 만들어주셨습니다. 새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드린 일을 이룰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신 것입니다. 거듭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의 ‘압도적 표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 거둔 압도적 의석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또한 “새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드린 일을 이룰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신 것”이라고 하였지만 새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 왜냐하면 선거전략이라는 명분으로 시대적 사명을 명확하게 표명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기자회견 전문을 보면 대통령은 돈 안 쓰는 선거, 민생국회, FTA비준, 규제완화, 범죄처벌 강화, 개혁, 공직사회 비리 척결, 기업경영개혁 및 노사화합, 실용적 외교, 북핵 포기, 선진일류국가 건설 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권교체를 원한 국민의 여망인 친북좌파척결에 대한 인식이나 의지는 전혀 표현되어 있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한 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대선의 성격을 ‘친북좌파 대 보수우파의 대결’이라고 분명하게 규정한 바 있다. 우리는 이 한 마디에 이명박 후보가 이번 대선에 거는 국민의 기대, 시대적 사명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실용’을 내세우고 이념을 표면 아래로 숨겼을 때 그것은 단지 선거전략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을 보면 그것이 선거전략이 아니라 진정 의도적으로 이념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은 “정부는 과반의석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선진화 하는 일에 전념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마치 선진화가 국민의 뜻인양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화는 정신나간 권력자들의 헛소리에 불과하다. 선진화는 내가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착실하게 사회개혁을 수행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면 어느 단계에 이러러 저절로 선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선진화는 정상적으로 살다보면 도달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발전단계이지 의도적으로 진입해야 하는 별세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지난 대선에서 530만표라는 압도적 표차이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것은, 겉으로는 경제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상은 과거 10년, 잃어버린 10년과의 단절과 그 회복을 요구한 것이다. ‘잃어버린 10년’과의 단절이란 친북좌파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모든 해괴한 정책과 규범들을 혁파하고 시정하라는 것이며 친북좌파들로 인해 손상된 사회정의를 바로잡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그것은 단지 대북정책의 수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뻗어 있는 친북좌파세력의 국가정체성 훼손을 바로잡고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보는 해괴한 반역의 패악질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북한 동포의 인권보다 독재자 김정일의 권력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친북좌파의 대북굴종적 학교 교육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위원회 공화국을 만들어 법을 이용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짓밟는 친북좌파의 반역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각종 사회단체 및 조직에 침투한 친북좌파들을 소탕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학교교육을 친북반미 교육의 기회로 삼는 전교조를 해산하고 노동운동을 반미운동으로 이용하고 있는 민노총을 해산하라는 것이다. 민보상위나 과거사위원회 등 법을 이용해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을 뒤집는 활동을 하는 친북위원회들을 해체하고 정연주 사장이 KBS를 친북좌파의 선전기구로 만든 것 같이 각종 조직에 침투하여 친북반미반역활동에 미친 친북좌파들을 제거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전에 이석연 법제처장은 그들의 임기를 보장하라며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하였다. 그가 과연 현 정부의 시대적 사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를 외면하고 대통령은 “이제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타협과 통합의 정치를 펴면서 경제살리기와 민생챙기기에 매진하라는 준엄한 명령인 것입니다”라고 지난 두 선거의 의미를 부여했다. 여기서 말하는 “타협과 통합의 정치”가 만약에 친북좌파와도 타협하고 그들도 국정에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는 국민의 명령을 정면으로 배반하는 것이다. 마치 경제살리기와 민생챙기기가 국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면 이것 또한 국민의 위임명령을 오해한 것이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실용”이 단지 좌와 우를 한데 섞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것 또한 실용의 의미를 곡해한 것이다.
경제살리기와 민생챙기기는 단지 이명박 정부에게만 내린 국민의 명령이 아니다. 모든 정부는 이 두 가지는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경제와 민생도 챙기지 않는 정부는 기본도 갖추지 못한 정부다. 이 두 가지만 잘 한다고 책임을 다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이명박 정부에 바라는 것은 이 정도가 아니다. 그 정도를 훨씬 뛰어 넘어 무너진 사회 상식을 회복하라는 것이며 잘못된 대북관계를 바로 잡으라는 것이며 훼손된 동맹관계를 바로 잡으라는 것이며 짓밟힌 국가정체성을 바로 잡으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해 핵심은 빠지고 변죽만 울린 실망스러운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러한 자세가 선거 전략으로 이해되었고 그래서 기다려보자는 자세를 취했다면 앞으로 그러한 자세는 이명박 정부의 국민의 신뢰에 대한 배신으로 단정하고 적극적인 투쟁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하여도 성적은 오를 수가 없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여망과 시대적 사명에 대해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올바른 국정철학을 갖추기 바란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