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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4·9 총선을 6일 앞두고 '특권정당 vs 서민정당'이란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안긴힘을 쓰고 있다.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 기조연설 및 패널들과의 토론을 통해 여론에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손 대표는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기자회견은 손 대표가 2일 밤 갑작스레 준비를 지시한 것이다. 손 대표가 기자회견까지 연 이유는 자당이 '대안정당' '견제야당'으로서 여론에 각인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을 1% 특권정당이라 규정짓고 자당을 '서민.중산층 정당'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여론에 부각되는 민주당의 이미지는 '대안'보다 '네거티브'에 쏠려있는 상황. 그간 서민과 중산층을 지원하는 내용의 정책공약집을 발표했지만 홍보가 미흡했다는게 자체 평가다.
전날 토론회에서 손 대표는 한 참석자로 부터 "기조연설 내용이 대운하에 대한 게 대부분이다. 선거전략은 오로지 부정적인 것만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책을 알려 표를 얻겠다는 인상이 모자란다"면서 "왜 피를 흘리며 인적쇄신을 했는지 설명하고 남은 선거기간이라도 정책선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손 대표는 이날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대운하 재원을 등록금후불제, 재래시장 주차장 설치 등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운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고 이명박 대통령이 민자유치 계획을 밝혔지만 운하건설을 위해선 많은 규모의 정부지출이 불가피할 것이란 여론의 인식이 많은 만큼 대운하 재원을 최근 더욱 악화된 민생경제에 회생에 사용하자는 주장이 여론의 입맛에 맞아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읽힌다.
손 대표는 "대운하는 속임수와 밀어붙이기의 대표적 예"라며 "독선과 독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고 총선에서 불리하니까 숨겨놓고 있다가 총선이 끝나면 밀어붙이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고 있다"고 주장한 뒤 "민생은 뒷전이고 공안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 대표는 "대운하는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의 결정판"이라고 했고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며 무조건 밀어붙일 것이며,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할 것이다. 이것이 정부여당의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운하로 좋아할 사람들은 주변에 땅 가진 사람들과 재벌 건설사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1% 특권정당'이란 자당의 메시지와도 부합되는 발언이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가 국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면, 서민은 뒷전이고 일부 특권층만을 위한 정책을 펼쳐나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는 구체적인 대운하 재원 활용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국토해양부의 '한반도 대운하 점검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토지보상비 1조6000억원을 국고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민주당은 이 재원을 서민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는데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간 4500억원의 이자만 부담하면 등록금 후불제를 시행할 수 있고 1조8000억원이면 전국의 고등학교 수업료를 무상으로 할 수 있다. 전국 1만2000개의 전 학규에 원어민 교사 1명과 영어 능통내국인 교사 3인을 확보해 랭귀지스쿨을 운영할 수 있으며 9000억원이면 전국 450개 재래시장에 20억원씩 지원해 1재래시장 1주차장을 건립할 수 있다"며 구체적 재원활용 방안을 밝혔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이 압승할 경우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독주는 불 보듯 뻔 한 일이며, 민주주의의 위기는 국민과 사회를 불안에 빠뜨릴 수 밖에 없다"면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어떻게 믿고 5년을 보낼 수 있겠느냐"고 역설한 뒤 "이미 이명박 정부는 등록금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우리 대학생들을 특별체포조를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협박하고 있고,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학자와 정치인을 사찰하고 감시하는 과거 군사정부 시절과 같은 공포정치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험한 길로 가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지금 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결국 탈선하고 대형사고가 날 것"이라며 "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일 수밖에 없다. 진정으로 서민경제를 살리려면 민주당의 견제와 균형,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