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은평을 지역구에서는 한반도 대운하라는 지난 대선 이슈가 축소, 집약되면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과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숨막히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자전거 물길 탐사까지 마친 '대운하 메신저' 이 의원에 맞서 문 후보는 '대운하 반대파의 대부'를 자처하며 빈틈을 헤집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5%포인트 안팎에서 크게는 두자리수 지지율 격차로 이 의원을 제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공천파동 책임이 이 의원에게 집중되면서 더욱 악재로 작용했다. 문 후보는 '대운하 반대세력' 결집을 통해 선거 종반까지 기세를 몰아가겠다는 전략이며, 은평을에서만 4선에 도전하는 이 의원은 '바닥 민심'에 지지를 호소하며 역전을 자신하고 있다.

    민주당 송미화 후보의 득표력도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송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이 의원에게 불과 2%포인트 남짓 뒤지며 석패했다.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기전 이 의원을 꺾기 위해 문 후보와 송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송 후보의 의지가 강해 성사는 불투명하다.

    이명박 정부 실세로 꼽히며 당내에서도 수많은 견제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은 선거 초반 문 후보에게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에 적잖이 당황했다. 실제로 이 의원이 패배하는 이변이 점쳐질 정도의 위기감이 주변에 감돌았다. 그러나 지역을 누비며 선거운동을 일주일 가량 계속한 지금, 이 의원측은 2일 "십여년 닦아온 지역표심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근 자체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를 따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문 후보가 들고 나선 '대운하 반대론'을 떠나 '지역개발론'으로 맞서고 있다. 이 의원측 관계자는 "은평 발전과 관계도 없는 대운하 이야기만 하니 지역주민들도 이제 의아해하고 있다"면서 "이 의원이 그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해온 일과 자전거와 도보로 일궈온 지역민과의 끈끈한 믿음이 힘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세'라는 단어가 가졌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일할 수 있는 힘'으로 연결, 지역에서의 저력을 확인하겠다는 전략이다.

    대선을 뛰며 얻은 인지도와 이명박 정부의 실세 정치인이 맞붙는 빅이벤트로 여론의 이목을 주목시킨 문 후보는 이런 전략으로 단숨에 이 지역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이 의원을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기염을 토했다. 더구나 한반도 대운하 쟁점을 갖고 나온 문 후보의 선거전략이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막판까지 '대운하'를 이슈로 끌고갈 태세다. 연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운하'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운하에 반대하고 있고 이 의원이 반박근혜 진영의 선봉장이란 점도 적극 활용할 모양새다. 당은 다르지만 이번 선거가 '박근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고 대운하라는 쟁점을 갖고 박 전 대표와 엮을 수 있으므로 문 후보에겐 상당한 플러스가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러나 대선과 달리 총선은 '바람'보다 '조직'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조직력이 뛰어난 이 의원에게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점차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속력이 더 높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민주당 송 후보의 출마로 표가 분산되는 점은 문 후보가 남은 기간 해결해야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