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영남공천 후폭풍의 해법으로 이상득 의원의 자진사퇴 주장이 당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의 개혁 공천에 맞서기 위해서 영남중진들을 대폭 물갈이 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의 자진사퇴 주장도 동시에 머리를 쳐들고 있어 보인다. 

    탄핵 역풍시 박근혜가 시동한 한나라당 물갈이의 명분은 ‘구당’적 차원이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차떼기 정당으로 인식되었던 부패정당의 이미지를 청산하기 위해서 구시대 인물은 빠져줘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웠다는 점이 그 당시에는 의미 있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물갈이 명분은 ‘인물본위’와 시대성에 입각한 ‘이념본위’여야 한다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공심위의 공천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이념과 인물 됨됨이를 무시한 작위적 정치공천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한마디로 다시는 공심위에 공천을 일임하는 일이 정당에서 허용되서는 안된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는다. 좌파정권을 종식시켰다고 큰 소리는 치면서 좌파성 인사들과 계파성 인사들로 공천을 확정 시키고 있는 모습은 한국정치의 후진성과 도덕적 해이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번 한나라당의 영남공천 결과는 한나라당 주류세력의 구심점인 박근혜계 중진들을 대거 탈락시킴으로서 한나라당의 영남권 주류세력이 교체 되었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는 시각일 것이다. 물론 이명박계로 불리워지는 한나라 중진들도 공천에서 탈락되었지만 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리워진 김무성을 비롯한 여러명의 박근혜 핵심세력들이 공천에 탈락되었다. 그 결과 포스트 박근혜 자리에 강재섭(경북)과 정몽준(경남)이 남게 되었고 계파의 밸런스를 맞추기위하여 고육지책으로 야당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켜온 중진의원인 정모의원을 비롯한 몇 명을 희생시킨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 보인다.

    한나라당의 모순은 ‘나이’와 ‘선수’를 공천의 지렛대로 삼아 정치전략을 구사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내재한다. 민주적인 공천의 가장 핵심인 ‘나이’와 ‘선수’의 무제한이라는 원칙을 선출직에 잘못 적용시킴으로써 물갈이의 대의명분을 삼으려 했던 한나라당은 정치적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잘못된 공천 지렛대로 삼은 나이와 선수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형인 이상득 의원이 가까스로 공천 통과된 것을 두고, “왜 이상득 의원은 나이도 많고 선수도 많은데 공천이 되고 누구는 안되느냐” 라는 식의 발목 잡기식 모습이 특정 세력의 전략으로 한나라당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선수가 가장 높고 최근에 벼락치기로 한나라 최고의원에 임명된 5선의 정몽준 의원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는지 궁금하다. 정치는 어차피 구조적으로 ‘피라미드’형 정치공학도식을 쫒아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필이면 대통령 형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이상득 자진사퇴론이 부상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공천의 역차별이 일어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형이라는 이유 때문에 특정세력의 표적 심사가 된다면 이 또한 역차별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상득의 공천이 한나라 공천 후폭풍으로 문제 제기가 되는 것 자체가 매우 이상한 정치 전략이 숨어 있다고 밖에 해석 할 수 없다.

    이상득의 국회 역할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 형이라 하여 특별한 정치적 행보가 달라질 하등의 이유도 없고 또한 정치적 행보 자체가 달라질 수도 없다. 정치인 이상득은 이미 야당인 한나라당 시절에 국회부의장직을 수행할 정도로 그의 정치적 위상과 비중은 검증 완료된 상태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지 채 한달도 안 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박근혜계와 의기투합하지 않는 동거 형태를 청산하고자 하는 정치 전략적 결과물이 이번 한나라당 공천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번에 당권을 완전 장악하지 못한다면 박근혜계에 의해 발목 잡힌 형태로는 결코 이명박 정권이 순항할 수 없다는 인식이 이명박계에 짙게 깔려 있는 것도 쉽사리 예측 가능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에 전념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 속에서 기존의 ‘여의도식’ 정치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이명박의 이러한 정치관이 한나라당 공천과 맞물려 작동 되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기존의 ‘여의도식 정치’를 탈피해야 정치가 선진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던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이라면 이상득 의원처럼 확실하고 정직하게 이명박 정부를 보위해줄 정치인은 없을 것이라고 이명박 대통령은 상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상 이상득 의원은 한국의 어렵고도 험난한 정치적 산전수전과 풍상을 다 겪고 이겨낸 화합과 조정에 능숙한 원로 정치인으로 정평이 나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이명박으로서는 형제이자 노련한 정치인 이상득을 더욱 더 이명박 정부의 지향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확신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비판자들은 한나라당의 공천을 가르켜 ‘이명박당’ 만들기 작업이라고 혹평한다. 그러나 어차피 ‘정치’란 집권자의 ‘유리한 고지’를 만드는 작업 그 자체가 아닌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통령이 속한 정당은 대통령의 정책을 함께 할 수 있는 정당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키 위한 ‘정치’를 해야 하고, 또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입법부에서 잔뼈가 굵어 왔고, 정치적 경륜이 풍부하며 화해와 조정의 명수로 정평이 있어 신뢰할 수 있는 이상득 의원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인지상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론적으로 한나라당 공심위가 민주적 절차나 유권자들이 바라는 민주적 목표를 도외시하고 계파, 연고, 대선 기여도에 의해 공천심사를 했다는 그릇된 공천심사 결과를 당내 내홍이나 후유증의 해결 없이 그냥 쉽게 넘어 갈수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제에 공심위 자체의 존폐유무도 심각하게 검토해야할 정치적 사안임에 틀림없다.

    잘못된 한나라당 공천결과의 후폭풍 때문에 오랜 의정 생활을 대과 없이 수행하고 국회부의장으로서 여야를 초월하여 좋은 평판을 지니고 있는 이상득 의원이 대통령 형이라는 이유때문에 ‘공천동반사퇴해야 된다’는 논리는, '동반자살'하자고 압박하는 비논리이거나 아니면 특정한 목적을 지닌 정치전략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새 시대는 새 인물이 몫이라는 것은 생각해 볼 때, 지금은 ‘이명박’ 시대에 필요한 이명박의 인물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은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의 고유권한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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