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여곡절 끝에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완료한 한나라당이 공천 기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한나라당 지도부급에서는 '부정부패 연루자' '계파 이기주의자'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고 있는 가운데 '부적격자'를 어떻게 가려낼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경선 과정에서 과열 양상을 막으려고 지도부가 "지나친 정치공세와 자해행위에는 총선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언한 만큼, 상대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에 책임을 물을지도 관심이다.

    이러한 이유로 '공천 잣대'를 누구 눈높이에 맞추느냐에 따라 당내 갈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소위 '물갈이 폭'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측과 박근혜 전 대표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박측에서는 '승자 독식으로 인한 배제'를, 이측에서는 '박측 배려에 따른 불이익'을 각각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 공직후보자추천 규정 제 9조 부적격 기준에는 공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7항 파렴치한 범죄 전력자' '8항 부정비리 등에 관련된 자' '9조 탈당·경선불복 등 해당행위자' '11항 기타 공직후보자로 추천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명백한 사유가 있는 자' 등으로 기준을 정했다. 최근 한나라당 공천 희망의사를 피력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공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은 이 조항에 따른 것이다.

    지난 경선과정에서 '내부 경쟁자'를 향한 공세 전면에 나섰던 인사들에게 이 기준이 어떻게 적용될 지도 관심사다. 지난해 6월 강재섭 대표는 검증 공방이 한창일 때 "검증을 빙자한 과도한 정치공세는 명백한 이적행위"라면서 "당이 책임지고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했었다. 또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그해 7월 이 후보측과 박 후보측의 과열양상이 심화되자 "(윤리위 징계에서) 경고 이상만 받더라도 다음번 공천에서 상당히 불리할 것"이라고 강도높은 경고메시지를 보냈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공천 기준은 공심위와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될 것이지만 부패 전력이 없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그는 또 "오늘부터는 계파 어쩌고 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주도록 하겠다"며 계파별 갈등시점을 경선에서 '현재'로 돌렸다.

    안 원내대표는 "계파구별 없이 구성된 공심위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심사 기준에 따라서 할 것"이라며 "대선 경선시 박 전 대표를 도왔든, 이 당선자를 도왔든 전혀 공천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립에 섰던 의원들도 걱정하는데 일체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이나 계파주의에 물든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공천은 윤리적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하며 단지 도덕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또 "부정부패에 연루된 사람은 안된다"고 전제하면서 "사법처리는 안됐지만 지역에서 '부패냄새가 난다' '이권에 개입한다'는 소문이 난 사람도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무성 최고위원이나, 공천을 희망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의 사법처리 전력으로 인해 당규를 바꿔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있다는 지적에 "총선을 포기하려고 마음먹으면 그렇게 하라. 윤리위에서 징계를 받은 사람도 제외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인 위원장은 윤리위 징계자와 관련해 "현재 징계가 유효한 사람을 뜻한 것"이라면서 "개인을 지목한 것이 아닌 원칙적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안강민 공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심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심위원들은 계파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고 한나라당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라며 "계파니 뭐니 다 잊고 오로지 한나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될 수 있도록 훌륭한 인재를 뽑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누가 어느 계파고, 몇 사람 정도는 알지만 나머지는 잘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공정한 공천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