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16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시론 <'이명박 사람들'의 정체성>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이명박 헤드헌터들의 푸념, “대한민국이 좁아서 인재풀이 너무 없다”는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지금이 60년 전 대한민국 건국 후 이승만 시대? 이승만의 친일파 등용이야말로 실용주의 인사였다. 친일파 빼면 국가건설에 동원할 인력이 어디 있었겠는가. 이승만의 친일파 등용을 사면해 줄 수 있는 근거는 신생 대한민국이 좁아도 너무 좁아서 인재풀이고 뭐고 없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시대상황이었다. 두둔하고 싶지는 않지만. 경제 10위 대국을 넘보는 인재 대국에서 인재풀 타령을 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좁아서가 아니라 인재를 보는 안목이 협애(狹隘)하기 때문. 노무현의 분노 중 이명박 정부가 복기해야 봐야 할 대목은 두 가지다.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승리한 나라” “친일파 3대가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나라”. 이명박의 정부 요직 인사가 노무현의 분노를 극복하지 못하면 바로 이명박을 찍은 표들이 노무현 어록을 입에 올릴 것이다. 그만큼 보수·우파는 새 정부를 갈망하고 있기에.

    ‘이명박 사람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첫째, 김대중(DJ)·노무현 정권에 참여한 벼슬들에 대한 철저한 배제 원칙이다. 좌파 무능 세력의 10년 난정(亂政)에 참여한 고위직을 재기용하는 것은 화합이 아니라 지지세력에 대한 기만이고 모독이다. 실용이 원칙 파괴를 의미해서는 안된다. 시대 구분이 분명히 그어져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에는 변신의 달인, 영혼이 없다는 꾼들이 엄청난 숫자로 스멀스멀 들어가 있다. 국방장관 김장수가 영혼이 넘친다고 해서 국방장관에 기용하려는 발상도 경박한 포퓰리즘이다. 김장수는 영혼이 있는 멋쟁이다. 자신들의 삶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둘째, 친북·좌파·반미 세력이나 이들의 확성기 역할을 했던 곡학아세 인사들은 모든 공직에서 전면 배제해야 한다. 태안반도에서 기름 덩어리를 걷어내고, 기름때를 닦아내는 작업보다 더 치밀하게, 더 완벽하게 대한민국을 결딴내다시피 한 세력의 재등장을 막아야 한다. 그들은 나라를 어디까지 흔들어대야 망하는지 실험해왔다. 아무데나 화합을 들이대는 건 좌파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비웃는 것이다.

    셋째, 보수·우파라는 가면을 쓴 기회주의자, 처세주의자, 영혼 없는 보수주의자, 3류 보수주의자들의 관직 기용을 막아야 한다. 왜 DJ·노 정권이 실패했는지 되묻고 싶다. 좌파 운동권처럼 보수·우파 운동권이 또 완장차고 나서게 된다면 미래는 뻔하다. 이명박 인사 하마평에서 정권 때마다 살아남는 명망가들이 또 거명되고 있음에 ‘에이구! 식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우파 정권을 목말라한 것은 썩은 보수, 앙시앵 레짐의 부활, 과거 회귀를 원했기 때문이 아니다.

    넷째, 이공계 등 자연과학도 출신의 획기적인 기용으로 명실상부한 ‘테크노크라트 르네상스’를 열어야 한다. 왜 중국이 성공? 멀리갈 것도 없이 박정희의 성공신화에는 이공계 출신 우대 정신이 배어 있다. 전국에 수많은 공고와 이공대를 세워 엔지니어·과학자를 쏟아냈다. 한양공대같은 수많은 공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살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도 사실 이공계형. 평생 토목건설에 참여한 경험이 없었다면 청계천 복원이나 중앙차로제같은 발상이 가능했고 성공했을까. 외국으로 유출된 이공계 두뇌들이 밀물처럼 조국으로 몰려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총선 때문에 청와대 보좌진이나 장관 등을 고사하는 인재들은 과감히 임기를 보장해줘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캠프에 가담했다가 세월을 낚고 있는 인재들도 중용하는 것이 좋다. 결국 대통령중심제는 청와대와 행정부가 끌고가는 것. 우수 인재가 여기에 몰려들어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부터 선진국 수준의 국가경쟁력을 갖춰야 나라를 선진화로 이끌어갈 수 있다.

    이명박은 인사에 관한 한 ‘혁명’을! 왜 보수·우파 정권을 세웠는지 인재 등용으로 말할 차례다. 제2의 건국이야말로 이명박이 해야 하는 것. 인사에 실패하면 이명박의 미래, 5년 후 보수·우파 정권의 미래가 또 엄혹해질 것이다. 인재를 구하려는 마음이 간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