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1일자 사설 '김만복 국정원장 진짜 방북 이유 수사해야 '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선 하루 전날 평양에서 이뤄진 김만복 국정원장과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간 면담 '대화록'이 언론에 유출돼 보도됐다. 이미 이 면담에 대해선 국정원장이 무엇 하러 대선 하루 전날 평양에 가야 했는지 의혹이 제기돼 있다. 국정원은 김 원장이 작년 10월의 남북정상회담 기념 식수 표지석 설치 문제로 방북했다고 했지만 상식 밖의 이 해명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다.

    그러던 중에 갑자기 '대화록'이란 것이 공개된 것이다. 그런데 남쪽의 대북 정보 총책과 북쪽의 대남 공작 총책이 만나 나눴다는 내용이 "표지석 설치 때문에 평양에 갔다"는 것 못지않게 엉성하다. 심지어 북한에서 남한 사정을 손금 들여다보듯 한다는 통일전선부장이 "(정권 교체 뒤에도) 국정원장을 계속 맡느냐"는 질문 같지 않은 질문을 한 것으로 돼 있다. 나머지 내용도 대선 하루 전날 남쪽의 정보 책임자와 북쪽의 대남 총책이 급히 만나 나눈 대화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한가하다.

    눈에 띄는 것은 김 원장이 "이명박 후보 당선 확실""한나라당 대북정책도 화해협력 기조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남한 보수층을 잘 설득할 수 있어 더 과감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북쪽에 이 당선자와 한나라당을 좋게 말했다는 내용뿐이다. 결국 이 대화록이란 것은 두 사람 대화에 문제될 것이 없고, 김 원장이 이 당선자에 대해 나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김 원장 변명 효과밖에 없는 물건이다. 이러니 두 사람 진짜 대화는 따로 있으며, 공개된 대화록은 이 핵심 내용을 뺀 채 인수위 보고와 언론 유출용으로 다시 만든 것이란 의심이 들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인수위가 대화록 유출 경위를 조사한다니 누가 흘렸는지가 곧 드러날 것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김 원장이 고의로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렇게 가볍고 얄팍한 처신을 하는 사람이 대한민국 정보 수장이란 사실에 다시 한 번 혀를 찰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 꼴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웃었겠는가.

    유출 경위와 관계없이 문제의 본질은 김 원장이 대선 하루 전에 평양에서 북한 대남 총책을 만나야 했던 진짜 이유다. 아무래도 이것은 수사로 밝히는 수밖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