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완패 뒤 당 체제정비에 나선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당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이낙연 대변인 21일 브리핑)고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각 계파간 견해차가 크다.

    대선 뒤 곧바로 '친노그룹 2선 후퇴론'이 등장하면서 당내 친노 진영과 비노 진영 사이 앙금이 쌓이고 있다. 대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1월 선출할 당 대표를 경선 없이 추대 형식으로 뽑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어떻게든 당의 새 얼굴은 노무현 색을 완전히 뺀 인물이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친노그룹 배제' 문제를 둘러싼 당내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선거 뒤 당의 진로를 두고 최고위원회의와 최고위원 및 상임고문 연석회의를 열고 있지만 회의를 주재해야 할 오충일 대표가 뒷수습 없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당이 중심을 못 잡고 있다. 21일에도 통합신당은 최고위원 및 상임고문 연석회의를 열었지만 오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대변인을 통해 대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면서 사의를 표명해놓고 자취를 감춘 상태다.

    당에서는 이런 오 대표의 행보에 불만도 큰 상황이다. 책임을 지더라도 당을 추스를 수 있도록 마무리는 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없이 손을 놓은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란 것이다. 실제로 최고위원들은 오 대표에게 "시기와 방식이 부적절하다"면서 만류하고 있다. 일단 이런 당내 불만이 쏟아지자 오 대표는 22일 계획된 최고위원 및 상임고문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도 "아무 준비도 해놓지 않은 채 이렇게(사의표명) 하는 것은 진정으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최규성 대표비서실장) "그냥 물러나는 것만이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김근태 의원) "원내 1당 대표가 대변인을 통해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이낙연 대변인)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오 대표가 회의에 복귀한다 해도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이날 모인 지도부는 당 수습 방안을 두고 3시간 넘게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김근태 의원은 "우리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하지만 너무 엄청나서 책임을 어떻게 져야할 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책임질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김덕규 의원은 "대선 참패원인 분석을 외부에 용역을 주든지 해서 명확히 밝히고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김종현 사무부총장은 "열린우리당 지도부나 참여정부에 동참했던 분들은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면서 '친노그룹 배제론'을 역설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문희상 의원은 "내 책임, 네 책임을 따지며 서로 손가락질하지 말고 힘을 모아 향후 문제에 대처하자"고 주장했다.